좋은 말씀/-매일 묵상

바르트의 신학 이야기(44) / 정용섭목사

새벽지기1 2024. 9. 16. 07:13

신학의 대상이란 하나님의 행적과 말씀에 나타난 복음의 하나님이신데, 이 대상과 신학자의 인식과의 관계는 하나님이 인간에게, 창조주가 피조물에게, 주님이 그의 종에게 관계하는 것과 같다. 우선 복음의 하나님이 먼저 등장하고 그 다음에 이분에 대한 인식이 따른다. 따라서 이 인식은 복음의 하나님에게 예속되며 적응되는 것이다. 이 복음의 하나님만이 그분에 대한 인식을 효과 있게 하고 가능하게 한다. 이 하나님만이 신학자에게 자신을 인지하고, 숙고하며, 말하도록 책임적으로 관여케 하고, 자유롭게 하며 부르신다.(101쪽)

 

     바르트의 글을 읽으려면 인내심이 필요하오. 한편으로 그는 우리도 이미 다 아는 이야기를 신학적으로 그럴듯하게 하는 것 같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 우리가 전혀 가 닿을 수 없는 높은 하늘을 독수리처럼 멋지게 날아다니는 것 같소. 그래도 자꾸 읽다보면 뭔가 손에 잡히는 것이 있을 것이오.

 

위 글에서 바르트가 말하는 핵심은 계시의 주도권에 대한 것이오. 사람의 인식이 먼저 나오는 게 아니라 하나님이 주도적으로 찾아오시는 게 먼저요. 신학자가 아무리 명민해도 스스로 하나님을 찾아갈 수는 없소. 이런 말이 추상적으로 들릴지 모르겠소. 또는 사람의 모든 인식론적 노력을 완전히 부정하는 것으로 들릴지도 모르오. 무조건 기다리고 있으면 계시가 온다는 식으로 말이오. 그런 태도는 사이비 교주들에게서만 볼 수 있소. 바르트의 이 말을 궁극적인 진리의 차원을 가리키오. 바르트의 글을 조금 더 따라가는 게 좋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