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매일 묵상

원당일기(8) / 정용섭목사

새벽지기1 2024. 9. 16. 07:16

며칠 전 갑자기 새싹이 눈에 뜨였소. 얼마나 반가운지 와, 하고 소리를 지를 뻔했소. 한 달 전에 뿌려놓은 건데 그 동안 아무 소식이 없더니 갑자기 등장한 거요. 서울샘터교회에 나오는 아무개 님이 주신 분꽃 씨앗이었소. 사진에서 보듯이 땅이 무지하게 나쁘다는 말은 여러 번 했소. 진흙과 돌로 되어 있소. 풀과 꽃과 나무에는 가장 나쁜 땅이오. 그런 땅을 저 가녀린 싹이 뚫고 나왔다는 건 참으로 기가 막힌 일이오.

 

저 씨앗이 한 달쯤 땅 속에 머물던 시간을 생각해보았소. 깊이 심지는 않았소. 밤에는 깜깜했겠지만 낮에는 그렇게 어둡지는 않았을 거요. 자기 몸에 어떤 변화가 오는 걸 느낀 순간이 있었을 거요. 씨앗의 몸이 썩으면서 부드러운 싹이 모양을 갖춘 거요. 처음 땅 밖으로 얼굴을 내밀었을 때 기분이 어땠을지 상상이 가오. 우리가 하나님 나라에 갔을 때 느끼는 것과 비슷할 거요. 이놈들이 앞으로 어떻게 커가나 잘 지켜봐야겠소. 언젠가는 멋진 분꽃을 피우지 않겠소. 싹이 트이기는 했지만 땅이 너무 나빠 병들어죽지 않을라나 모르겠소. 힘내라, 분꽃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