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이 연예계 스타들에게 몰입하는 이유는 스타들이 청소년들에게 환상으로 다가오기 때문이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어른들도 그런 환상에 빠질 때가 많소. 그런 심정으로 일일 드라마나 연예인들의 자질구레한 일상을 담은 프로그램에 심취하오. 영웅 이야기도 그렇게 자리를 잡소. 민중들은 영웅 서사를 통해서 자아를 성취하는 것이오. 일종의 성공신화가 우리 삶을 지배하고 있는 것 같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게 바로 착각이라는 것이오. 그 착각으로부터 벗어나는 게 그리스도교 영성이 출발점이오.
성공 신화의 대상이 된 이들이 누군지 이름을 대 보시오. 두서없이 말해보겠소. 김연아, 안철수, 박찬호, 박지성, 김수환, 조용기, 성철, 이건희, 반기문, 이명박 ... 내용은 접어두고 일단 이름을 크게 날린 이들이오. 본인의 노력과 운이 닿아서 이름을 날리게 되었소. 그분들의 실제 삶은 성공신화에 가려져 있소. 성공신화는 말 그대로 신화일 뿐이오. 그들의 실제 삶은 다른 데 있소. 신화에 가려진 실제 삶을 사람들은 놓칠 때가 많소. 착각하는 거요. 그런 착각 속에서 살다보면 결국 자신의 삶과 분리되어 버리오.
실제 삶이 무언지는 그대도 잘 알고 있소. 철학자들은 그것을 실존이라고 부르오. 우선 생존에 필요한 모든 행위들이 그것이오. 숨 쉬고, 먹고 마시고, 배설하는 일이오. 마치 천사가 내려온 것처럼 보이는 배우, 탤런트들도 모두 인상을 쓰면서 배설해야 하오. 그들 중의 어떤 이들은 잠 잘 때 입을 벌리거나 코를 골 거요. 남에게 조금이라도 잘 보이려고 무지하게 애를 쓰기도 하오. 늙어 보이지 않으려고 모든 인생을 다 보내는 이들도 있소. 잊지 마시오. 인기가 하늘을 찌를 듯한 분들도 속으로는 외로워서 못 견뎌하오. 그래서 사람들은 실존을 망각하려고 애를 쓰오. 현대 문명은 망각의 약을 조제해주는 돌팔이 약장사인지 모르겠소.
무슨 말인지 그대는 알아들었을 거요. 사람들의 삶은 차이가 거의 없다는 뜻이오. 외계인이 지구를 방문했을 때 사람들을 어떤 눈으로 볼지를 생각해보면 답을 찾을 수 있소. 그렇소. 한 인격체를 둘러싸고 있는 포장지는 다르지만 알짬은 동일하오. 차이가 있다면 포장지에 시간을 쏟는 사람과 알짬에 몰입하는 사람이 있을 뿐이오. 나에게도 목사요 신학자요 글쟁이라는 포장지가 있소. 그게 나의 실제가 아니라는 사실은 분명하오. 겉으로 그럴듯하게 설교하고 글을 쓰지만 실제 삶에서는 실수도 많았고, 지금도 서툴기만 하오. 만약 내가 포장지에 안주하게 되면 나머지 것들은 다 헛수고가 되는 거요. 인생이 허무하다는 말이 아니오. 존경할 사람을 존경하지 말라는 말도 아니오. 남의 성공신화에 정신을 잃지 말고 그대에게 주어진 삶의 보석을 연마해보시오. 그게 구도(求道)요. 그리스도교 영성의 길도 바로 거기에 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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