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예수의 십자가 이후로 이 세상에서의 실패가 실패로 끝나는 일은 없게 되었다. 실제로 예수의 처절한 실패인 십자가가 하나님의 개입인 부활을 통해서 바로 인류 구원의 길이 되었기 때문이다. 다른 말로, 이제 인간이 성취할 수 있는 성공의 길은 어디에도 없다. 인간은 아무도 실패의 길인 십자가를 지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회적인 성취, 목회적인 성취도 결국 구원의 길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십자가 영성에서만 본다면 목회의 실패야말로, 물론 여기에는 하나님 나라를 향한 철저한 순종이 전제되지만, 오히려 하나님의 구원에 가깝다. 아무리 신학적으로 그렇다고 하더라도 목회에 성공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 기독교 영성과 거리가 먼 사람이리라.
결론적으로, 사순절 영성은 승리주의를 넘어서는 것이다. 이게 쉽지는 않다. 우리의 영성이 승리주의에 완벽하게 길들여져 있기 때문이다. 한국교회가 총체적으로 승리만을, 그것도 세속적 승리만을 향해서 줄달음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목사 모임에서도 교회를 크게 키운 목사들에게 발언권이 독점되어 있다. ‘예수성공, 불신실패’가 이데올로기가 되어버렸다. 이런 행태가 언제부터인가 교회의 정신(spirit of churches)이 되어버렸다. 십자가의 영(spirit of cross)을 전해야 할 교회의 타락이다. 이런 마당에 우리가 어찌 사순절 영성을 말할 수 있단 말인가. 사순절과 고난주간을, 가문의 명예에 먹칠한 자식을 호적에 파내듯이 교회의 절기에서 파버리는 게 차라리 정직한 게 아닐는지. (기독교사상, 2010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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