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26일(토)은 천안함 사태 1주년이 되는 날이었소. 이 날은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매우 중요한 날로 남을 것이오. 그 날을 기점으로 남북관계는 악화일로를 걷게 되었소. 더 이상 나빠질 수 없는 상황에 이른 거요. 자세한 내막은 말하지 않아도 그대가 잘 아실 거요. 이것은 남북관계에만 한정되는 게 아니오. 남남갈등도 극에 달하고 있소. 보도에 따르면 이명박 대통령은 “북한의 주장대로 (천안함 사건의) 진실을 왜곡했던 사람들 중에 그 누구도 용기 있게 잘못을 고백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 우리를 더욱 슬프게 한다.”고 말했소. 소위 조중동은 북한 소행이라는 사실을 100% 단정하는 논설을 반복하고 있소.
내가 대통령과 조중동의 주장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한두 가지가 아닌데, 한 가지만 말하겠소. 정부의 발표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하는 것 자체를 불순한 것으로 여긴다는 점이오. 지난 일 년 동안 참여연대 등의 단체나 국내외 과학자나 전문가들이 합조단의 발표에 대해서 여러 가지 문제를 제기했소. 내가 보기에 그들의 문제 제기는 합리적인 것이오.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나오는 질문이오. 그 내용에 관해서는 그대가 어느 정도 알 거라고 보고 여기서 반복하지 않겠소. 정부와 조중동은 그것에 대해서 해명할 생각은 하지 않고 무조건 문제 제기 자체를 막으려고 하오. 실증적인 사실조차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소. 무조건 자신들의 말만 믿으라고 외치오. 천안함 초기에 조선일보는 북한군 군사들이 잠수복을 입고 어뢰를 몰고 와서 자살 테러 비슷하게 폭파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소. 실소를 금할 수 없소. 대한민국이 왕조 시대로 돌아간 것인지, 독재 시대로 돌아간 것인지, 정부가 소종파 교주 행세를 하려는 것인지, 혼란스럽소.
이번 사태는 한국의 지성이 얼마나 위선적이고 무기력한지를 만천하에 드러냈소. 수많은 자연과학자들이 이번 사태의 과학적 진실에 대해서 입을 다물고 있소. 지지하지도 않고 문제점을 제기하지도 않소. 모든 정보를 정부가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학자들이 확실하게 말할 수 없는 상황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의 무책임이 모면되는 건 아니오. 합조단이 발표한 것만 놓고도 얼마든지 학문적인 논란이 가능하오. 최소한 다시 검증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라도 발표할 수 있소. 합조단이 북한 소행으로 단정하는 과학적 근거에 대해서 과학자들이 왈가왈부해야만 하오. 그런데 한국의 물리학회가 어떤 입장을 발표했다는 소식을 지금까지 들어보지 못했소. 지금은 벌거숭이 임금 앞에서 어린아이만 벌거벗었다고 소리칠 뿐이지 어른들은 모두 못 본체 하고 있는 형국이오. 미몽의 극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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