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생각하기 귀찮아하는 천안함 사태에 대해서 자꾸 거론하는 이유를 그대는 얼추 짐작하고 있을 거요. 앞의 글에서 이미 밝혔소. 두 가지요. 하나는 이 사태가 한민족의 현재와 미래에 가장 결정적인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오. 이 사건은 마치 엉뚱한 곳에 박혀서 배를 꼼짝달싹하지 못하게 만드는 닻과 같소. 요지부동이오. 지금쯤 이명박 정권도 일을 이렇게 처리한 것에 대해서 후회하고 있을지 모르오. 다른 하나는 이 사건이 지성인들의 무기력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는 사실이오. 자신들의 이익에 직접적으로 관계된 것이 아니라면 실체적 진실을 직면하지 않으려고 한다는 것이오.
그들이 외면하고 있는, 그러나 나는 알고 싶은 실체적 진실이 무엇인지를 따지려면 너무 많은 시간이 필요하오. 그리고 그것은 내 전문 영역도 아니오. 상식적인 눈에 뜨이는, 주변적인 것 두 가지만 짚겠소. 만약 천안함 침몰이 합조단과 정부의 주장대로 북한의 소행이 명백하다면 보복 공격을 감행했어야만 하오. 50명에 가까운 장병의 목숨을 빼앗긴 사건 앞에서 말로만 “북한, 네 놈들의 짓이지. 사실을 인정하고 사죄하고 책임 져!” 하고 떠들고 있는 모습은 정상이 아니오. 만약 미국이 그런 공격을 받았다고 가정해보시오. 당장 보복을 했을 거요. 그 어떤 나라도 마찬가지요. 당장 보복을 하지 못한 이유도 나름으로 있긴 할 거요. 전작권이 우리에게 없다는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될지 모르겠소. 그러나 이것은 정당방위에 속하니 전작권과는 상관없이 의지만 있으면 감행할 수 있소. 더 큰 이유는 증거가 확실하지 않다는 것이오. 증거 없이 심증으로만 북한 소행 운운하고 있으니 용기를 발휘할 수 없는 거요. 참으로 딱한 일이오.
다른 하나는 천안함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는 사람이 전혀 없다는 사실이오. 북한 소행이 명확하다면 천안함과 관계된 이들은, 특히 명령 계통에 있던 이들은 책임을 면할 수 없소. 군대에서 경계 잘못은 용서받지 못하는 잘못이라고 하오. 북한 잠수정이 오는 것조차 알지 못하고 꼼짝없이 당했다면 그건 경계에 실패한 것이오. 잘 생각하시오. 싸우다가 진 게 아니라 아예 싸움도 하지 못하고 그냥 당했다는 이야기요. 더구나 당시는 한국 해군과 미국 해군이 합동 훈련을 하고 있을 때였소. 가상의 적, 실제로는 북한 해군의 공격을 전제하고 훈련을 하는 중에 귀신도 모르게 공격당했는데도, 그리고 적을 향해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했는데도 책임을 지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면, 이건 뭔가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거요. 누군가에게 책임을 지울 수 없는 곡절이 있을 거라고 추정할 수밖에 없소.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비상식적으로 일을 처리할 수는 없소.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30110330180500§ion=05
'좋은 말씀 > -매일 묵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르트의 신학 이야기(30) / 정용섭목사 (0) | 2024.08.31 |
---|---|
바르트 신학 이야기(29) / 정용섭목사 (0) | 2024.08.31 |
천안함 사태 1주년을 보내며...(2) / 정용섭목사 (1) | 2024.08.30 |
천안함 사태 1주년을 보내며...(1) / 정용섭목사 (0) | 2024.08.30 |
사순절 영성(9) / 정용섭목사 (0) | 2024.08.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