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는 홍성사 편지부와의 서면 인터뷰요. 아마 홍성사에서 책과 저자 홍보를 위해서 필요한 자료로 쓰려는 것 같았소. 별 내용은 없지만 편하게 읽어보시구려. 오늘 <천지일보>에서 인터뷰 요청이 왔었소. 14일에 홍성사 강연회 전에 미리 만나자는 거요. 거절했소. 내가 확실한 거는 몰라도 <천지일보>는 신천지 계통의 일간지로 작년에 창간된 신문으로 알고 있소. 14일 오후에는 뉴스앤조이와 인터뷰가 예정되어 있기도 하오.
1. '설교비평' 시리즈 이후, 거의 3년이 지났습니다. 요즘 근황이 어떠십니까?
일상적인 일을 하면서 지냅니다. 가장 중요한 일은 제가 섬기는 교회의 예배 인도와 목회이고, 다음으로는 대구성서아카데미라는 사이트에 글을 쓰는 것이고, 또 여러 잡지 등에 기고하는 일입니다. 틈틈이 목사님들 모임과 신학대학교에서 특강을 다니기도 합니다. 설교비평 시리즈가 끝난 뒤에 앞으로 다시 시작할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이나 요청을 자주 들었습니다만, 그 잡업은 더 이상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마흔 한분(외국 3명 포함)의 설교자를 다루었는데요, 그런 정도면 대다수의 설교 유형을 다 다룬 거라고 생각합니다. 더 근본적으로는 저의 설교비평이 말하려고 했던 것은 비평이라기보다는 기독교의 근본이 무엇인지를 해명하는 것이었어요. 이제 할 말은 대충 했으니 남의 설교를 비평하는 일은 그만하는 게 좋지요.
2. <설교란 무엇인가>가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목사님은 어떤 설교가 좋은 설교라고 생각하십니까?
청중들을 성서의 놀라운 세계로 끌어들이는 설교가 바람직한 설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성서의 문자에 머물러 있는 사람이 있고, 그 문자 너머의 세계에 집중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여기 베토벤의 합창 교향곡 9번의 악보가 있다고 합시다. 그 악보를 기계적으로 연주하는 사람이 있고, 그 악보 너머에 있는, 또는 그 안에 은폐되어 있는 베토벤의 음악 경험을 찾아서 창조적으로 연주하는 사람이 있는 것과 비슷합니다. 성서에 ‘세계’가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설교자들이 제법 많습니다. 성서를 전자제품 매뉴얼 정도로만 생각하는 겁니다. 이런 분들은 대개 전달 방법에 치우치기 마련입니다.
3. 설교자가 조직신학, 인문학 등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를 간략히 요약해 주신다면요?
설교를 주제로 하는 특강에서도 가끔 질문을 받는 건데요. 설교자에게 가장 필요한 공부가 뭐냐 하는 거지요. 세 가지를 말합니다. 성서 역사비평, 인문학, 조직신학입니다. 설교는 기본적으로 성서인 텍스트와 독자인 콘텍스트를 연결하는 작업니다. 텍스트와 콘텍스트의 시간 및 공간적 차이를 그냥 뛰어넘을 수는 없습니다. 해석학이 요청됩니다. 이를 위한 공부가 바로 위에서 말하는 세 가지입니다. 인문학에 대해서만 한 마디 하겠습니다. 인문학은 인간의 삶에 대한 다층적 연구 및 탐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성서도 이런 인문학적 토대에서 기록되었습니다. 하나님의 선민인 이스라엘이 왜 바벨론에 의해서 멸망당했는지, 무죄한 자들이 왜 고난을 당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작용했다는 뜻입니다. 부활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부활은 궁극적인 생명의 선취사건입니다. 성서가 말하는 부활을 해명하려면 세상의 학문이 말하는 생명의 본질에 대한 공부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하나님의 존재 문제도 그렇습니다. 하이덱거가 말하는 ‘존재’(Sein), 또는 화이트헤드가 말하는 ‘과정’(process)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나는 스스로 있는 자”라는 성서의 진술을 설명할 수 없습니다.
4. 마지막으로, 목사님은 어떻게 공부하십니까? 목회자분들을 위해서 공부법을 소개해 주십시오.
공부에 왕도는 없습니다. 제가 보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책읽기입니다. 신학대학교에서 책읽기의 기초를 공부하는 게 중요하지요. 좋은 책이 무엇인지 구별할 능력이 없다면 책읽기는 불가능한 거지요.
5. 앞으로 어떤 글을 쓰고 싶으신가요?
핵심적으로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매일 기도문’입니다. 저의 영성과 신학에서 우러나오는 기도문을 365일에 맞춰 쓰고 싶습니다. 다른 하나는 ‘젊은 목회자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입니다. 목사의 영적 실존에 대해서, 신학의 깊이에 들어가는 것과 목회에 대해서 진솔하게 대화하는 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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