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오늘은 삼월 첫날입니다.
금년 한해도 벌써 두 달이 다 지났습니다.
한편으로는 많은 일을 한 것 같고
다른 한편으로는 아무 것도 한 일이 없는 것 같은데
이렇게 두 달이 훌쩍 흘러가 버리고 말았습니다.
지나간 두 달만이 아니라
지나간 수십 년의 세월이 종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주님,
저는 지금 지난 세월이 아쉬워서
당신께 하소연을 드리는 게 아닙니다.
세월의 속도가 아무리 빨라도,
그 속도감에 간혹 주눅이 들긴 하지만
그 세월마저 하나님의 피조물에 불과한데,
제가 어찌 세월을 두려워하겠습니까.
지금 삼월 첫날을 맞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지나간 세월의 무상함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
생명이 약동하기 시작하는 삼월 한 달 동안
저는 하나님이 창조하신 지구라는 별을 놀이터로 삼아
주어진 생명을 충실하게 살아보겠습니다.
숨을 더 깊게 쉬고,
햇빛을 더 많이 받고,
중력을 더 확실하게 느끼며,
나무와 꽃과 새와도 더 친하게 지내겠습니다.
백합화를 보라고 말씀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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