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011년 6월25일이오. 1950년 6월25일에 한국전쟁이 터졌으니 올해로 61주년이 되었소. 이렇게 오랜 세월을 분단국가로 살아왔다는 게 부끄럽기 짝이 없소. 분단의 책임에 대해서는 학계에서 많은 분석이 있었소. 2차 세계대전의 책임이 없는 한민족이 연합국에 의해서 분단되고 말았소. 이제 와서 세월을 돌려달라고 말할 수도 없소. 다른 나라의 책임 운운할 시기도 지난 것 같소. 분단과 통일에 대한 모든 게 우리의 책임이오.
남북통일이 꼭 필요하냐 하는 주장도 없지 않소. 젊은이들 중에는 그런 이들이 많은 것 같소. 지금 통일을 이뤄봐야 가난한 북한 때문에 우리만 힘들다고 생각하오. 또 현실적으로 너무 오래 다른 체제에서 살았기 때문에 통일이 빠른 시일에 이뤄지기도 힘드오. 남한의 어떤 이들은 북한이 곧 무너질 것이라고 기대하거나, 그걸 부추기고 있지만, 참으로 어리석은 생각이오. 왜 그런지는 내가 굳이 설명하지 않겠소. 그냥 한 마디만 하면 북한이 무너지면 통일이 되는 게 아니라 중국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훨씬 많소.
지금 우리는 남북관계가 어떻게 진행될지 전혀 예측할 수 없소. 한국전쟁(육이오)을 경험한 이들이 모두 죽어야만 통일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이 나올지 모르겠소. 동족상잔이라는 트라우마를 앓고 있는 이들에게서는 한민족의 미래와 통일에 대한 합리적인 상상력이 불가능하기 때문이오. 앞으로 한 세대는 더 지나야 한다는 말이 되는데, 그렇다면 나도 통일한국을 생전에 볼 수 없겠구려.
우리가 이 시점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은 남북관계를 상호 호혜적인 차원으로 바꿔가는 것이오. 금강산 관광이나 개성공단, 스포츠와 예술단 교류, 그리고 남북정상 회담 등이 그런 조치들이오. 이명박 정권에서 모든 것들이 초토화되었소. 남북관계를 20년 쯤 뒤로 돌려놓았소. 후대 역사가들은 남북관계에서 가장 미숙하고 퇴행적인 정권이라고 규정할 것 같소. 요즘 대북 실무자들은 북한과 붙을 테면 한번 붙어보자 하는 태도를 보이오. 제2의 한국전쟁도 불사하겠다는 생각을 하다니, 제 정신인지 아닌지 모르겠소.
나는 통일 낭만주의자가 아니오. 통일을 말하는 이유는 현실적인 데 있소. 국방비를 30%만 줄여서 청소년들의 복지를 위해서 사용하는 날이 오기를 바랄뿐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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