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미 해군 특수부대 네이비실(Navy SEAL)이 오사마 빈 라덴을 살해했다는 소식이 온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소. 9.11테러가 일어난 지 거의 10년 만에 장본인을 색출해서 처치한 거요. 미국의 대통령 오바마는 이것이 미국의 승리이자 정의의 승리라고 발표했소. 빈 라덴의 테러 행위가 본질적으로 악이며, 더 나가서 세계 평화를 깬다는 사실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소. 다만 그런 테러리스트가 발현하게 되는 이유에 대해서는 정말 많은 분석이 필요하오. 그것만으로 책 한권을 써도 부족할 거요. 이에 대해서는 내가 할 말이 별로 없소. 그대가 알기 원한다면 얼마든지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거요.
나는 성서의 가르침을 진리로 믿는 목사의 입장에서 신학적인 질문을 할 수밖에 없소. 이렇게 직접적으로 질문하는 게 좋겠소. 예수님이 미국 대통령의 입장에 섰다면 어떤 결정을 내리셨을 것 같소. 대답은 곤란할 거요. 2천 년 전에 하신 예수님의 말씀을 오늘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려운 거요. 그래도 어떤 방향만은 찾을 수 있소. 칼을 쓰는 자는 칼로 망한다는 말씀을 그대도 기억하실 거요. 전적인 비폭력을 의미하오. 이런 발언을 나이브하다고 생각하지 마시오. 미국은 이번에 놀라운 정보력과 군사력과 외교력을 발휘했소. 그렇게 해서 빈 라덴을 제거했소. 그 다음은 어떤 일이 일어날 거라고 생각하시오? 정의가 승리했으니 평화가 오는 거요? 제2의 빈 라덴이 나온다는 건 불문가지요. 미국은 겉으로 승리의 포즈를 취하지만 속으로는 크게 불안해 할 거요. 빈 라덴의 시신을 아무도 모르게 수장시켰다는 사실에서도 그들의 두려움이 보이오. 빈 라덴이 매장되면 이슬람 과격분자들이 그곳을 성지로 삼을지 모른다는 걱정이 컸다고 하오. 매장지가 없다고 하더라도 이미 빈 라덴은 그들에게 예언자요, 성자로 받아들여지오. 그들에게 순교만큼 더 영광스러운 죽음은 없소. 이들을 칼로 제압할 수는 없소. 막강한 힘으로 잠시 누를 수는 있겠지만 기회만 오면 다시 나설 거요.
오사마 빈 라덴이 정말 나쁜 놈 아니냐, 그런 인간은 어떻게 해서라도 처단해야 하는 거 아니냐, 하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소. 그게 정의라고 말이오. 정의를 실편하기 위해서 미국은 9.11 이후에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를 무력으로 공격했소. 9.11에서 희생당한 수천 명의 미국 사람들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그 전쟁에서 희생당했소. 지금도 그런 전쟁은 계속되고 있소. 끝없는 원수 갚기가 계속되고 있소. 칼은 칼을 부르고, 피는 피를 부르오. 이제는 무엇이 정의인지도 알 수 없을 정도가 되었소. 악을 징벌해야 한다는 당위가 아무리 크다고 하더라도 그 방법이 악하면 당위 자체가 초라해지는 거요.
나는 빈 라덴이 이런 방식으로 처리되지 않았으면 했소. 그가 생각을 바꿔서 테러로 이슬람의 평화를 가져올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알카에다를 평화운동 공동체로 변화시켜주기를 바랬소. 꿈과 같은 이야기이긴 하오만 불가능한 일도 아니오. 그가 생각을 바꿀 수 있는 계기만 주어지면 되는 거요. 그러기에는 미국의 자존심과 분노가 너무 컸던 것 같소. 세계 평화를 위해서 기도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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