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후에 하양 동네에서 가까운 화원에 들렸소. 집사람이 원당 농가에 심을 영산홍 묘목이 더 필요하다는 거요. 원당 농가는 얼마 전 묘목과 꽃을 심은 지금도 어설프기는 매한가지요. 특히 평토하느라 언덕을 절개했는데, 그 부분이 마치 3도 화상을 입은 것처럼 처참하기 짝이 없소. 그 부분을 조금이라고 가리려고 영산홍을 심어야겠다는 거요. 그래봤자 크게 달라질 것은 없소. 집 옆에 지천으로 널린 대나무를 옮겨 심는 게 훨씬 낫소. 사실 나는 영산홍보다는 다른 걸 마음에 두고 화원에 들어갔소. 모과나무요. 묘목도 있지만 어느 정도 자란 놈을 사야했소. 5월 중에 결혼 30주년 되는 날이 있소. 집사람에게 이걸 기념 선물로 줄 생각이오. 집사람도 동의했소. 내가 직접 들고 가서 심을 수 있는 정도의 크기를 샀소. 주인아저씨가 6년생이라고 말씀하신 것 같았소. 키는 2미터 정도, 굵기는 지름이 5센티미터 정도 되오. 잘 생겼소. 5만원을 주고 샀소. 결혼 30주년 선물로 5만은 투자해야하지 않겠소.
원당 땅이 얼마나 척박한지는 앞에서도 말했소. 진흙과 돌 범벅이오. 묘목을 심을 때는 땅을 깊게 파지 않아도 되니까 할만 했는데, 이번에는 장난이 아니었소. 깊이 70센티미터, 넓이는 지름 80센티미터로 팠소. 원래는 그렇게 크게 파지 않아도 되었소. 나무뿌리에 달린 흙덩이 크기로만 파면 됐소. 농구공 보다 조금 클 정도요. 그렇지만 워낙 땅이 나쁘니까 더 크게 파고 다른 흙을 거기에 깔아줘야 했소. 화원 주인아저씨는 그런 말을 하지 않았지만 내가 보기에 그래야만 했소. 오늘따라 운이 나빴는지 40센티미터 정도를 파자 큰 돌덩이가 떡 버티고 앉아 있는 거요. 이걸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했소. 장소를 새로운 곳으로 옮길까, 나무뿌리가 나중에 알아서 옆으로 자리를 잡을 테니까 더 파지 말고 이 정도에서 나무를 심을까, 생각이 복잡했소. 그래도 결혼 30주년 기념나무이니 정성을 기울이는 게 좋다 싶어 그걸 들어내기로 했소. 상상이 가오? 처음에는 돌덩이 밑에 곡괭이 끝을 밀어 넣고 들어 올려도 꼼짝하지 않았소. 다시 그 옆을 파기 시작했소. 잔돌이 수없이 나왔소. 곡괭이를 밑으로 넣고 힘을 주니 드디어 돌덩이가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소. 그런 과정을 몇 번이나 반복한 뒤에야 겨우 그놈을 구덩이 한복판까지 옮길 수 있었소. 그것으로 다 해결된 게 아니오. 나 혼자 힘으로는 그걸 들어낼 수가 없었소. 영산홍을 심고 있던 집사람을 불러 온갖 물리적인 원리를 다 동원해서 구덩이 밖으로 끌어낼 수 있었소. 돌이 얼마나 큰지 사진으로 그대에게 보여줘야 했는데, 아쉽게 됐소. 다음에 찍어오겠소. 그놈 때문에 구덩이를 파느라 족히 1시간 이상 땀을 흘린 것 같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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