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감사의 말에 이어 사도는 빌립보 교인들을 위한 기도 제목을 나눈다(9-11절). 빌립보 교인들을 위한 사도의 기도는 그들의 사랑이 “지식과 모든 통찰력으로 더욱 풍성하게 되는 것”(9절)이다. “지식과 총명”에 해당하는 ‘에피그노시스‘와 ‘아이스테시스’는 의미가 중첩되는 단어들로서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분별력을 의미한다. 사랑은 눈 멀기 쉽다. 사랑이 좋은 열매를 맺으려면 분별력을 갖추어야 한다. 여기서 사도는 “더”를 의미하는 ‘말론’이라는 부사를 두 번 겹쳐 사용함으로써 그들을 향한 간절한 마음을 표현한다.
사랑이 분별력을 갖출 때 우리는 “가장 좋은 것”(10절)을 찾아 행할 수 있다. “가장 좋은 것”은 자신이 해야 할 일 중에서 가장 나은 것을 의미한다.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길 중에 최선의 길을 찾는다는 뜻이다. “분별하다”로 번역된 ‘도키마조’는 “시험하여 알아보다”는 의미다. 로마서의 유명한 구절 즉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완전하신 뜻이 무엇인지 분별하도록 하십시오”(12:2)라는 구절에서도 사도는 ‘도키마조’를 사용했다. 사랑이 충만할수록 시험하여 알아보는 신중함이 필요하다.
“그리스도의 날까지”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다시 오셔서 새 하늘과 새 땅을 이루실 때를 의미한다. 사랑에 분별력을 갖추고 하나님의 뜻을 찾아 행하는 사람들은 이 땅에서 “순결하고 흠이 없이” 살아 “예수 그리스도께서 주시는 의의 열매”(12절)를 거둘 수 있다. “순결”은 내적 상태를, “흠이 없이”는 외적 행위를 가리킨다. 그리스도인은 내적으로, 외적으로 온전해지기를 추구한다. 하지만 그것은 예수 그리스도께 의지함으로써만 얻을 수 있다. 믿는 이들이 그렇게 살아갈 때 그럴 때 하나님께서 영광과 찬양을 받으신다.
묵상:
바울의 편지에는 수신자들을 위한 기도가 자주 나옵니다. 사도는 항상 교인들의 영적 상태를 두고 기도합니다. 또한 그의 기도는 수신자들의 문제의 핵심을 짚어냅니다. 그래서 그의 기도를 보면, 수신자들의 영적 상태를 알 수 있습니다.
빌립보 교인들을 위한 기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사도가 볼 때 빌립보 교인들의 가장 큰 장점은 사랑에 있었습니다. 사랑은 뜨거워질수록 눈이 흐려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눈 질끈 감고 뜨겁게 사랑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실제로 빌립보 교회는 분별 없는 사랑으로 인해 내적 갈등을 겪고 있었습니다. 유오디아와 순두게라는 두 여성 지도자를 중심으로 내분이 일어난 것입니다. 사도는 그것이 분별력을 갖추지 못한 까닭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빌립보 교인들이 사랑을 하는 데 있어서 분별력을 갖추게 되기를 기도했습니다.
“분별하다”는 말은 “시험하여 진위를 알아본다”는 뜻입니다. 덮어놓고 믿는 것이 아니라 옳고 그름을 알아보기 위해서 두번 세번 따져 본다는 뜻입니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상황에서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를 알기 위해서는 자꾸 따져 보아야 합니다. 교회에서는 보통 의문하고 캐내어 따져 묻는 것을 불신앙의 표시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사도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나님의 뜻을 따라 살기 위해서는 늘, 날카롭게 따져 물어야 합니다. 그럴 때 우리는 내적 경건과 외적 경건에 이를 수 있습니다. 그럴 때 하나님께 영광 돌리는 삶을 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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