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사귐의 소리

그리스도의 애끓는 사랑으로 (빌 1:1-8) / 김영봉목사

새벽지기1 2024. 8. 21. 05:44

해설:

사도는 그리스-로마식 편지 형식에 따라 발신자를 밝힌다. 다른 편지에서는 자신을 “사도”로 소개하는데 여기서는 “그리스도 예수의 종“(1절)이라고 소개한다. 빌립보 교인들에게는 사도적 권위를 주장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또한 이 호칭은 이 편지의 주제 중 하나를 암시한다. 사도는 그리스도 예수께서 종이 되신 것처럼 우리도 스스로를 낮추어 종이 되어야 한다고 권면한다. 바울은 가택연금 상태에 있었기 때문에 디모데와 다른 동역자들의 도움을 받고 있었다. 

 

수신자에 대해 사도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빌립보에 살고 있는 모든 성도들과 감독들과 집사들”이라고 쓴다. “감독”은 믿음의 공동체를 지도하는 영적 지도자를 가리키고, “집사”는 교인들의 필요를 섬기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복수로 사용된 것으로 보아, 빌립보 안에는 가정에서 모이는 교회가 여럿 있었을 것이다. “성도”라는 말은 사도가 믿는 이들을 부를 때 자주 사용하는 표현이다. ‘호이 하기오이’는 ”거룩한 사람들“이라는 뜻인데, 그들의 윤리적 수준이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 의롭다 함을 얻은 신분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들의 물리적 주소는 빌립보이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주소는 “그리스도 예수 안”이다. 

 

사도는 다른 편지에서와 마찬가지로 빌립보 교인들에게 안부를 전한다. 그는 그리스-로마인들의 인사법(은혜)과 유대인들의 인사법(평화)을 묶어서 보편적 인사법으로 만들고, 거기에 “하나님 우리 아버지와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내려 주시는”(2절)이라는 말을 붙여서 신앙적인 인사법을 만들었다.

 

바울은 본론에 들어가기 전에 수신자들을 생각하며 감사의 말과 기도문을 적곤 하는데, 빌립보서에서도 그렇다. 먼저 사도는 빌립보 교인들에 대한 깊은 애정을 표현한다. 그들을 생각할 때마다 감사가 터져 나오고(3절), 그들을 위해 기도할 때마다 기쁨이 샘솟는다는 것이다(4절). 빌립보 교인들이 사도의 복음 사역에 동참해 오고 있기 떄문이다(5절). “첫날부터 지금까지”라는 말로써 사도는 그들의 한결같은 헌신을 강조한다. “동참”은 ‘코이노니아’의 번역인데, 시간과 물질을 바치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하나님께서 시작하신 “선한 일”(6절)로서, 시작하신 그분이 완성하실 것이다. 

 

이렇게 말하면, 사도가 빌립보 교인들을 편애하고 있다고 오해할 수 있다. 사도는, 편애라 해도 어쩔 수 없다고, 자신은 빌립보 교인들에 대해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인다(7절). 그들은 사도가 어떤 상황에 있든 변함 없이 그를 도왔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그들은 큰 희생을 감당해야 했으나, 사도는 그것이 하나님의 은혜를 함께 누리는 일이었다고 말한다. 그는 자신이 빌립보 교인들을 “그리스도 예수의 심정으로”(8절) 그리워 하고 있으며, 그것은 하나님께서 아시는 일이라고 확증한다. “그리스도 예수의 심정으로”는 “그리스도 예수가 보여 주셨던 그 애끓는 사랑으로”라는 뜻이다. 

 

묵상:

바울 사도와 빌립보 교인들의 관계는 모든 교회가 귀감으로 삼아야 할 대상입니다. 바울 사도는 그들을 생각할 때마다 감사가 솟구치며 그들을 위해 기도할 때마다 기쁨이 넘친다고 했습니다. 그것은 사적 감정이 아닙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이 전해지는 일을 위해 그들이 바울의 희생과 헌신에 참여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복음이 전해지는 일을 위해 목숨까지 내놓았습니다. 그토록 소중히 여겼다는 뜻입니다. 자신이 소중히 여기는 일을 빌립보 교인들도 소중히 여기고 기꺼이, 아낌없이 헌신했습니다. 그것을 생각하니 하나님께 감사하지 않을 수 없었고, 그들을 위해 기도할 때 기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빌립보 교인들을 “그리스도 예수의 심정으로” 생각하고 그리워 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여기서 사용된 헬라어 ‘스프랑크논’은 애간장이 끊어질 정도로 강력한 감정을 가리킵니다. 

 

기도해 본 사람들은 압니다. 어떤 사람을 위해 기도할 때에는 탄식과 한숨이 나오고, 어떤 사람을 위해 기도할 때에는 감사와 기쁨이 솟아 나옵니다. 영적으로 죽어 있는 사람 혹은 나태한 상태에 있는 사람을 위해 기도할 때면 가슴이 답답하고 한숨이 나옵니다. 그런 기도를 하나님은 기뻐하십니다. 다른 누군가를 위해 마음을 찢는 것은 하나님 앞에 귀한 일입니다. 반면 어떤 사람이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삶을 살고 있음을 생각하면 감사와 찬송을 올리게 됩니다. 그 사람으로 인해 하나님께서 기뻐하실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