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마지막 질문에 대답해야겠소. 악도 하나님의 피조물이냐, 하는 질문이오. 사실은 이것에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소. 대답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오. 악은 하나님의 본성과 대립되는 힘이오. 하나님은 사람의 영혼을 풍요롭게 하지만 악은 빈곤하게 하고 결국 파괴하오. 하나님이 악을 만들었다고 말하면 자기모순에 빠지는 것이오. 그렇다고 악을 만든 신이 따로 있다고 말하면 하나님이 유일한 창조주라는 근본 명제가 허물어지오.
창세기에는 아담과 하와의 타락 장면이 나오오. 뱀이 등장해서 그들을 죄에 빠지게 하오. 그 뱀이 어디서 온 거요? 만약 하나님이 만드신 거라고 한다면 아담과 하와의 타락에 대한 책임은 결국 하나님께 돌아가게 되고, 하나님이 만드신 게 아니라고 한다면 하나님만이 창조주라는 신앙이 허물어지오. 위에서 한 이야기의 논리와 똑같소.
급하게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생각해보시오. 서로 모순되는 두 가지 명제 사이에 어떤 대답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모르오. 성서는 하나님이 모든 것을 창조한 분이라는 사실을, 다시 말해서 하나님 이외에 다른 창조자는 없다는 사실을 어느 한 순간도 간과하거나 유보하지 않소. 하나님만이 창조주이오. 하나님에게서 모든 것이 나오는 거요. 악은 하나님이 직접 만든 게 아니지만 하나님이 아닌 다른 어느 창조주가 만든 것도 아니오. 이 모순을 성서는 억지로 그럴듯한 논리로 풀려고 하지 않소. 가끔 악마는 타락한 천사라는 말이 있지만 그것도 그렇게 정확한 것은 아니오. 하나님이 창조하지 않았지만, 그리고 의도하지 않았지만 현실에 악은 등장했소. 이상한 일이오. 이렇게도 설명할 수 있소. 악이 있어야만 선도 가능하니 결국 악도 선에 속한다고 말이오. 우리가 지금 다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악도 하나님의 창조 원리에 순종하는 것이오.
결론은 다음이오. 하나님만이 창조주이시오. 하나님이 악을 창조한 것은 아니지만 창조의 능력 안에서 들어 있소. 우리는 악이 어떻게 창조의 능력 안에서 조화를 이룰지 알지 못하오. 영적으로 여전히 어린아이이기 때문이오.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는 다음이오. 악을 두려워하지 마시오. 그는 우리를 속일 뿐이지 우리를 파괴하지는 못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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