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는 교회가 무엇이라 생각하오? 왜 교회에 나가시오? 교회가 없으면 하나님이 일을 못한다고 생각하시오? 한국교회 신자들은 교회에 대한 열정은 뜨겁지만 교회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아는 게 별로 없소. 다만 ‘우리’ 교회라는 사실에 열광하고 있소. 이것 하나만은 분명하게 알아두시오. 교회는 근본적으로 하나요. 교회의 단일성은 교부시대부터 가장 중요한 교회의 특징으로 인정받았소.
우리나라 교회의 특징은 분열이오. 믿기 힘든 이야기지만 백오십 여개의 교단으로 분리되었다 하오. 같은 개혁주의 신앙을 표방하는 장로교가 백개 가까운 교단으로 나뉘어져 있다면 누가 믿겠소. 이런 분열의 씨앗은 선교사들로부터 시작되었소. 우리나라에 복음을 들고 온 대개의 선교사들이 미국 교파에서 파송 받은 이들이오. 그들의 신앙은 근본주의에 가깝소. 근본주의의 특징은 자기와 다른 이들을 내치는 것이오. 자신들만 옳다는 생각이 강하기 때문에 작은 차이도 극복하지 못하고 분열의 분열을 반복하는 것이오.
그대는 교회 일치문제를 별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을지 모르겠소. 분열은 마음 아프지만 그게 신앙생활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말이오. 그냥 개교회에서 성실하게 신앙생활 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말이오. 틀린 말은 아니오. 신앙은 개교회 중심으로 진행되는 게 맞소. 그렇게 신앙생활을 해도 불편할 게 하나도 없을 거요. 그러나 그것으로는 교회의 본질에 못 미친다오. 본질과 거리가 생기기 시작하면 결국은 왜곡될 수밖에 없소. 지금 한기총 해체 정국과 맞물려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들은 본질로부터 멀어진 멀어졌기 때문에 벌어지는 당연한 현상이오.
이런 일들이 로마가톨릭교회에서는 왜 일어나지 않는지를 보면 실상이 보일 거요. 가톨릭교회는 철저하게 하나의 교회를 추구하고 있소. 교구 중심으로 하나의 교회를 이루오. 말하자면 서울 지역에 있는 모든 가톨릭 신자들은 서울교구 아래서 하나의 교회를 구성한다는 것이오. 물론 명동 성당도 있고 혜화동 성당도 있지만 그 성당들이 따로 놀지 않소. 서울교구 안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은 공동의 일로 받아들여지오. 서울교구 안에서 가난한 성당과 부한 성당이 따로 있을 수가 없소. 물론 지역에 따라서 차이는 있지만 교회의 기본이 흔들릴 정도의 차이는 아니오.
개신교 신자들은 이 사실을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소. 그냥 예수 믿고 구원 받으면, 그리고 복 받으면 된다는 생각에 젖어 있소. 억지로 납득시킬 수도 없소. 이미 개교회 중심으로 생각이 고정되었기 때문에 전체 교회가 아무리 중요하다고 말해도 느낌이 오지 않는 거요.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교회의 본질을 찾아가기에는 이미 때가 늦어도 한참이나 늦은 것 같소. 이를 위해서는 우선 대형교회가 새로운 목회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꽉 막힌 매듭을 풀어가야 하는데, 그런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으니 어쩌란 말이오. 막장까지 내려가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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