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딸이 집을 떠나면 들어가 살 작정으로 작년에 시골집을 하나 마련했소. 경북 영천시 북안면 원당리 113-2번지요. 시골이라서 땅값은 얼마 하지 않소. 판넬 조립식으로 16평의 집을 지었소. 아직은 가서 살지 못하고, 일주일에 두 번 정도 가서 글을 쓰거나 마당 손질을 하고 있소. 원래 집이 있던 터라고 하는데, 우리가 땅을 구입할 때는 아무 흔적도 없었고, 이웃집의 텃밭으로 사용되고 있었소. 동향 언덕배기에 자리한 땅이오. 바로 앞과 왼편에 집이 한 채 씩 있고, 오른 편은 숲이고, 뒤편은 산이오. 숲과 산이 마음에 들어서 그 땅을 샀소. 마을 전체가 산으로 둘러싸여 있소. 남쪽만 약간 트였는데, 그쪽을 통해서 큰 길로 나갈 수 있소.
오른편의 숲은 마음만 먹으면 들어갈 수 있소. 골짜기로 패여 있는 곳인데, 주인이 약용 나무를 심어 놓았소. 그게 제법 삼림을 이루었소. 우리가 주인은 아니지만 거의 주인처럼 생각하고 있소. 뒷산에 올라가고 싶은데, 길이 없소. 바로 위에 묘지가 있는 걸 보면 분명히 길이 있었던 것 같은데 찾을 수가 없소. 어쩌면 우회로가 있을지 모르오. 그길로 돌아가는 귀찮아서 우리 집 마당에서 직접 산으로 올라가는 길을 내기로 마음을 먹었소.
처음에는 철로 된 층계 사다리를 놓거나, 벽돌로 층계를 만들까 생각했소. 그래서 고철을 구집하는 곳에 가서 찾아보았소. 마땅한 게 없었소. 새것으로 만들면 비용이 너무 많이 나올 것 같아서 망설이고 있다가 며칠 전 직접 길을 내는 것도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소. 좀 가파르기는 하지만 적당하게 하기만 하면 뭐 안 될 것도 없을 것 같았소. 우선 톱과 낫으로 사람이 지나갈 수 있게 덩굴과 나뭇가지들을 쳐냈소. 그리고 땅바닥을 삽으로 적당한 깊이와 넓이로 층계처럼 파냈소. 그렇게 7-8미터 정도 길을 내고나니 그 위로는 힘들이지 않고 올라갈 수 있었소. 이제 남은 일은 밑에서 올라가기 시작하는 부분에, 곳이 좀 가파른데, 밧줄을 매다는 거요. 아이들과 여자들도 얼마든지 그걸 붙들고 안전하게 산에 오를 수 있도록 말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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