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매일 묵상

한기총 해체 주장에 부쳐 / 정용섭목사

새벽지기1 2024. 9. 2. 07:08

     최근 기독교계에서 ‘한기총’ 해체 논의가 초미의 이슈라는 소식을 그대는 알고 있으신지. 한기총은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의 약자요. 한기총은 한국기독교를 대표하는 기구로 알려져 있소. 이게 한국기독교의 현주소이고, 비극적인 현실이기도 하오. 원래 한국기독교를 대표하는 공식적인 기구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로, 약칭 ‘교회협’이오. 영어 명칭은 ‘The National Council of Churches in Korea’이고, 보통 약칭으로 이니셜을 따서 NCCK라고 부르오. 교회협은 세계교회협의회(WCC)와 깊이 연대하면서 교회 운동과 선교사역을 감당하고 있소. 교회협은 1970-1980년대에 인권, 민주화, 통일 운동에 매진했소. 북한의 교회를 대표하는 북조선 그리스도교 연맹과 꾸준한 관계를 맺고 있었고, 지금도 그렇소.

 

     진보적인 색채를 띤 교회협을 불편하게 여긴 보수주의 교회와 목회자들이 1989년에 모임을 꾸렸는데, 그것이 한기총의 시작이오. 교회협보다 40년 정도 늦게 시작되었지만 대형교회가 주축이 된 까닭으로 빠른 시일에 세력을 크게 확장시켰소. 특히 신자유주의가 시대정신으로 자리하는 금세기 전환기에 교회협은 점점 힘을 잃었고, 한기총은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조직으로 자리를 확실하게 장악했소. 역사적인 배경에 대해서는 더 말하지 않겠소.

 

     한기총 해체라는 목소리가 나오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대표회장의 돈선거가 밝혀진 것이오. 들리는 말로는 10억, 20억원을 사용했다고 하오. 그런 돈이 어디서 나온 것인지는 알 수가 없소. 지인이나 교회 신자들이 십시일반으로 도움을 주었는지, 아니면 개인 돈인지 잘 모르겠소. 돈 선거에 대한 소문은 진작부터 돌았지만 쉬쉬하다가 전임회장과 후임회장이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으나 옥신각신 하다가 불거지게 되었소. 천문학적 돈을 모을 수 있다는 것과 그것을 선거비용으로 쓴다는 것은 마틴 루터 시대의 성직매매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 않은 교회 부패의 표본이오.

 

     참다못한 분들이 한기총 해체를 주장하게 되었소. 거기에는 손 아무개 교수 장로님이 앞장을 서셨소. 의식 있는 기독교계 인사라고 한다면 누구나 이 주장에 동의할 거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에게는 이런 주장이 좀 뜬금없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드는 거요. 해체 주장 자체가 잘못이라는 말이 아니라, 왜 이제야 그런 말을 하는가 하는 거요. 만시지탄이오. 한참 곪을 대로 곪은 뒤에 해체라니, 사후약방문 격이오. 더구나 한기총의 본질에 대한 문제보다는 현상에만 집중하는 것이 표피적이라는 느낌이 드오. 한기총을 주도하는 분들의 신앙은 근본주의와 성서문자주의로 요약될 수 있소. 정치적으로는 늘 보수 우익, 상당한 경우에는 극우적인 입장을 보이셨소. 노무현 정부 당시에 시청 앞에서 툭하면 김정일 반대, 북핵 반대, 친북 정권 반대 집회를 열면서 미국의 부시 대통령을 위한 기도를 하곤 했소.

 

     한기총이 공식적으로 보인 비복음적인 행태를 두 가지만 들겠소. 하나는 군대체복무입법 반대 운동이오. 나는 그 소식을 듣고 뒤로 넘어가는 줄 알았소. 칼을 쓰는 자는 칼로 망한다는 주님의 말씀을 전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그런 주장을 하는지 답답하기 그지없었소. 내가 보기에 이것은 돈선거보다더 더 질이 나쁜 행동이오. 다른 하나는 사학법 문제요. 한기총은 사학의 이사회에 학교 운영위원에서 추천한 인사 중에 한 사람을 넣기로 하는 사학법 개정을 목숨을 걸고 반대했소. 한국을 대표하는 어느 교회의 예배실에서 단체로 삭발까지 했소. 기득권 지키기의 전형이라 할 이런 행동도 돈선거 못지않게 부정한 일이오. 천주교 주교단과 불교가 공식적으로 반대하는 4대강 토목건설에 대해서 한기총은 아무 소리도 하지 않소. 모르긴 몰라도 기자회견을 했다면 오히려 찬성한다는 주장을 했을 거요.

 

     한기총 해체를 주장하는 분들이 이런 문제에서 어떤 태도를 보이는지 잘 모르겠소. 더구나 한기총 해체 이후의 대안은 무엇인지 모르겠소. 앞에서 말한 것처럼 세계교회와의 관계라는 차원에서 보면 당연히 교회협이 적법한 기구요. 한기총을 해체해야 한다면 한국교회의 힘을 당연히 교회협으로 모아야 하는 것 아니겠소? 한기총 해체를 주장하는 분들이 교회협 문제를 거론하지 않는다는 것은 전체적인 맥락을 전혀 모른다는 뜻이오. 오해는 마시오. 한기총 해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오. 문제의 근본을 정확하게 짚어야 한다는 뜻이오. 그리고 실제로 한기총은 해체되지 않을 거요. 한기총은 한국의 재벌과 같아서 여기저기 딸린 식구들이 많고, 대통령을 무릎 꿇릴 정도로 힘도 있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