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매일 묵상

두부부침 / 정용섭목사

새벽지기1 2024. 9. 1. 07:09

     그대는 전업으로 가사 일을 하는 분이시오? 아니면 돕는 입장에 있는 분이시오. 나는 그 중간 쯤 되오. 주로 청소, 설거지를 맡아서 하지만 반찬을 만들 때도 있소. 가장 간단히 만들 수 있는 반찬 중의 하나가 두부부침이오. 슈퍼에서 두부를 사서 프라이팬에 구워내는 일이오. 두부를 살 때 우선 부침용인지 찌개용인지를 확인하시오. 부침을 하려면 반드시 부침용을 구입해야 하오. 부침용은 좀 단단하고 찌개용은 부드럽소. 값의 차이는 없소. 실수로 찌개용을 샀다고 해서 부침이 불가능한 건 아니오. 크기도 중요하오. 혼자 먹을 거면 반모 크기도 있으니 참고하시오.

 

     부침을 만드는 순서는 아래와 같소. 우선 두부 포장을 뜯어내야 하오. 플라스틱 용기 위에 덧씌워진 비닐 포장을 그냥 손으로 잡아 뜯지는 못할 거요. 칼로 잘라내시오. 그것도 그렇게 간단한 게 아니오. 자칫하면 두부에 상처를 내거나 자기 손을 다치게도 할 수 있소. 내 경험에 의하면 톱니로 된 작은 칼을 사용하는 게 제일 좋소. 비닐 포장을 벗겨내면 용기 안에 든 물을 빼야 하오. 나는 아직 두부를 왜 물에 담가둬야 하는지를 정확하게는 모르겠소. 두부가 건조해지는 걸 막기 위한 것으로만 알고 있는데, 그것도 밀폐 용기라는 걸 감안하면 정확한 이야기는 아닌 것 같소. 모르는 건 그냥 건너뛰는 게 좋겠소. 물을 따라내고 다시 정수된 물로 두부를 씻어내시오.

 

     다음은 두부 절단이오. 이게 중요한 대목이오. 너무 두껍게 잘라도 안 되고, 그렇다고 너무 얇아도 안 되오. 부침으로 가장 적당한 크기는 요리하는 사람의 취향에 따라 다르니 뭐라 단정해서 말할 수는 없고, 내 견해만 말하리다. 한 모 짜리를 기준으로 말하는 거요. 한 모는 대략 가로 새로 11cm, 높이 3.5cm의 직육면체요. 우선 길이 11센티의 반 되는 곳을 자르시오. 어떤 분들은 도마 뒤에 올려놓고 자르는데, 나는 그냥 두부 용기에 담아두고 자르오. 다시 수직으로 반을 자르시오. 그러면 가로와 세로가 각각 5.5센티, 높이가 3.5센티인 직육면체 두부 덩어리 4개가 되오. 나는 두부 용기에 담아놓고 자르기 때문에 높이는 생각하지 않고 평면으로만 생각하면서 자르오. 5.5센티의 중간을 다시 자르고, 그 반을 다시 달라야 하오. 그러면 아래 칸에 8조각, 위 칸에 8조각의 넓적한 두부 덩어리가 만들어질 거요. 보기에 참 좋소. 예술이라고까지 할 거는 없어도 수학이라고는 할 수 있소. 공간 감각이 좋아야만 같은 크기의 조각으로 잘라낼 수 있으니 말이오.

 

     지금까지의 설명은 별로 중요하지 않소. 각각 두부 조각의 크기가 달라도 먹는 데는 큰 지장이 없소. 이후가 중요하오. 두 가지로 구분해야겠소. 하나는 식용유를 부은 프라이팬을 먼저 달군 다음에 두부를 올려놓는 게 좋은지, 아니면 달구기 전에 올려놓아야 할지를 결정해야 하오. 전문가들은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지만 내 경우에는 후자요. 팬이 달궈지면 두부 조각을 올려놓을 때 두부에 묻어 있는 물기가 기름과 반응을 일으켜서 옆으로 튀오. 자칫 작은 화상도 입을 수 있소. 두부에서 물기를 완전히 제거하기는 어려울 거요.

 

     다른 하나는 프라이팬에서 두부를 구을 때 두부가 눌어붙는 걸 방지하는 것이오. 여기에 노하우가 필요하오. 새로 산지 얼마 안 되든지, 아니면 질 아주 뛰어난 프라이팬이 아닌 한 대개는 두부가 팬에 눌어붙소. 틈틈이 두부를 옮겨주어야만 하오. 며칠 전에 나는 아예 프라이팬을 계속 들고 흔들어왔소. 팬 위에서 두부가 왈츠 춤을 추듯이 빙글 돌아갔소. 그랬더니 두부가 눌어붙지 않으면서 표면이 노르스름하게 잘 익었소. 그걸 본 딸과 아내가 감탄했소. 두부부침을 맛있게 먹는 방법도 설명해야겠지만, 너무 말이 길어진 것 같으니 그만 두겠소. 그대 스스로 연구해보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