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사귐의 소리

고난이라는 시험 (빌 2:19-24) / 김영봉목사

새벽지기1 2024. 8. 31. 05:29

해설:

19절부터 30절은 일종의 ‘쉬어가는 페이지’다.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으로 살아가는 삶의 자세에 대해 밀도 있게 설명한 사도는 잠시 숨을 고르며 디모데와 에바브로디도에 대해 몇 마디 쓴다. 

 

서두(1:1)에서 사도는 자신을 소개하면서 디모데를 언급했다. 디모데는 루스드라에서 바울을 만나 동역자가 되었다(행 16:1-3). 그는 디모데를 빌립보 교회에 보낼 계획임을 밝힌다. “주 예수 안에서”(19절)라는 말은 “주님께서 허락하시면” 혹은 “주님의 뜻이면”이라는 뜻이다. 사도는 디모데를 보내어 빌립보 교회의 형편을 알아보고 싶었다. 분열과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디모데가 진심으로 빌립보 교인들의 형편을 염려하고 있다고, 사도는 전한다(20절). “아무도 없습니다”(20절)와 “모두 다 자기의 일에만 관심이 있고”(21절)라는 말은 동역하던 사람들이 뿔뿔이 흩어졌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고난 중에도 곁을 떠나지 않는 사람이 진실한 친구요 동역자다. 디모데는 그 점에서 사도에게 특별하다. “자기 일에만 관심이 있고, 그리스도 예수의 일에는 관심이 없다”는 말은 “또한 여러분은 자기 일만 돌보지 말고, 서로 다른 사람들의 일도 돌보아 주십시오”(4절)라는 권면을 생각나게 한다. 

 

사도는 디모데의 인격을 칭찬한다(22절). “인품”이라고도 번역되고 “연단”이라고도 번역된 헬라어 ‘도키메’는 “시험” 혹은 “유혹”을 의미하기도 한다. 한 사람의 인격은 시험과 고난과 유혹을 통해 형성 된다는 생각이 이 단어에 배어 있다. 사도는 디모데와 함께 고난을 겪으며 그가 신뢰할 만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와 함께 봉사하였습니다”는 “나와 함께 종 노릇 하였습니다”라고 번역하는 것이 좋다. 디모데는 바울과 함께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으로 살고 있다. 

 

바울은 디모데를 속히 보내고 싶지만 사정이 녹록치 않았다(23절). 그 사정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 수 없지만, 사정이 허락하는 대로 그를 보낼 것이며, 자신도 석방되어 그들에게 가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24절). “주님 안에서 확신합니다”라는 말은 기도 중에 그것이 주님의 뜻임을 믿게 되었다는 뜻이다.

 

묵상:

고난은 실패, 사고, 질병, 장애, 배신, 범죄, 박해, 상실, 죽음 같은 다양한 모습으로 옵니다. 그 어느 것도 좋아할 대상도 아니고 추구할 대상도 아닙니다. 우리는 그런 것들을 “불행”이라고 부릅니다. 우리 모두는 그런 것 없이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소망하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고난 없는 인생은 없습니다. 고난은 인생이라는 패키지에 필수품으로 주어진 것입니다. 따라서 고난에 대한 우리의 과제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불필요한 고난 혹은 당하지 않아도 될 고난을 줄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당해야 하는 고난을 연단의 기회로 삼는 것입니다. 

 

헬라어 ‘도키메’가 “인품” 혹은 “인격”이라는 의미로 쓰이기도 하고 “유혹” 혹은 “시련”이라는 뜻으로 쓰이기도 한다는 사실은 아주 의미 심장합니다. 어떤 사람에게 고난은 인격의 바닥을 드러내는 기회이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인격을 한층 심화시키는 기회가 됩니다. 

 

자신에게서 볼만한 무엇이 있다면, 지난 날 거쳐 온 고난의 시기에 만들어진 것임을 깨닫습니다. 고난을 겪지 않고는 깨달을 수 없는 진리가 있고, 고난이 아니고는 깨어지지 않는 악습이 있고, 고난이 아니고는 형성되지 않는 성품이 있습니다. 믿는 이들에게 있어서 하나님을 새롭게 만난 계기가 언제였느냐고 물으면, 열에 아홉은 고난의 때였다고 답합니다. 고난이 아니고는 하나님을 깊이 체험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고난의 깊은 심연에서 하나님을 새롭게 만나면 새로운 존재로 빚어집니다.

 

고난은 그 사람의 진면목을 보여줍니다. 고난의 때에 흔들리지 않는 믿음이 진짜입니다. 고난의 때에도 한결같은 사람이 진짜입니다. 고난의 때에 곁을 지켜 주는 것이 진정한 사랑입니다. 고난을 거치면서 진실로 신뢰할 사람이 누구인지가 선명하게 드러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