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공동체는 단순히 말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이 세상 안에 실존한다는 사실로도 말하며 -세상적인 문제들에 대한 그의 독특한 태도로서도 말하지만- 특히 세상에서 소외되고 연약하며 궁핍한 사람들을 위한 말없는 봉사로서도 말한다.(56쪽)
위 구절에서 바르트는 교회의 본질을 정확하게 설명했소. 말, 실존, 봉사가 그것이오. 말은 하나님의 말씀을 해명하고 변증하고 선포하는 것이오. 신학은 그런 교회의 본질을 돕는 역할을 하오. 교회는 단순히 복음을 말로 선포하는 것만이 아니라 세상에 실존하는 것으로도 말하오. 세상과 결별하는 게 아니오. 세상을 초월해 있는 게 아니오. 세상 안에 실존해 있소. 그 세상에는 전쟁, 병, 증오, 축제, 정치 등등이 작동하고 있소. 교회는 그것을 떠나 있는 게 아니라 그것과 함께, 그것 안에 들어 있소.
바르트의 이런 부분이 본회퍼 신학에 영향을 끼쳤는지 모르겠소. 세속화 신학까지 나갈 수 있소. 그 세속이 바로 세상이오. 오해는 마시오. 교회가 정치 투쟁이나 세속적 권력을 쟁취하는 공동체라는 말은 아니오. 아주 고유한 방식으로 세상 안에 실존하오. 그것을 바르트는 ‘말없는 봉사’라고 했소. ‘말없는 봉사’라는 말은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주님의 말씀에서 나온 게 아니겠소? 잘 들으시오. 하나님의 말씀을 전한다는 것은 말, 실존, 봉사의 세 차원을 다 포함한다오. 오늘 우리 한국교회는 어느 정도나 준비되어 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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