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경제에 관해서 문외한이오. 그냥 상식적인 수준에서만 판단할 뿐이오. 내 눈에 이해 안 되는 게 있어서 그대에게 물어보는 거요. IMF 시절부터 지금까지 정부와 기업체에서 제기된 화두는 구조조정이오. 모든 정부 조직과 기업 구조를 바꿔야만 지금과 같이 국제적으로 무한 경쟁 체제에 돌입한 상황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오. 그 핵심은 사람을 잘라내는 것이오. 지금 웬만한 기업체에서는 임원이 되지 않는 한 50세 이상 버텨내기 힘드오. 공무원들도 하급직은 58세 정도가 정년이오. 초, 중고 교사들은 62세인 것 같소. 대학교 선생들만 65세 정년이 그대로 지켜지고 있소.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한 대학교에서 금년부터 연봉제를 실시하오. 연봉제는 예를 들어 1년에 받을 액수를 100이라고 할 때 50은 호봉제로 하고 나머지 50은 점수에 따라서 재분배하는 것이오. 지금까지 100을 받던 교수 중에서 앞으로 어떤 사람은 140을 받고 어떤 사람은 60을 받게 되는 거요. 점수를 얼마나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고, 그런 방식으로 대학의 질이 높아진다는 보장도 없소. 그런대도 그런 제도를 도입하는 이유는 대학교의 경쟁력 확보를 무분별하게 적용하기 때문이오.
일전에 서울의 아무개 대학교에서 청소원 문제가 크게 이슈가 된 적이 있소. 그 대학교에서 청소를 맡고 있는 분들은 대개 용역회사에 소속되어 있는 분들이오. 대학교 당국은 그들을 자신들의 직원으로 여기지 않소. 싼값으로 청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오. 같은 울타리에서 함께 근무하면서도 그들은 서로 남이오. 극한의 타자화요. 이게 다 구조조정이라는 미명 아래 일어나는 비인간적인 제도요. 이런 일을 정부가 부추기고 있소. 부추기는 정도가 아니라 압박을 가하고 있소.
지금 우리나라의 경제력은 세계에서 13,14권이라고 하오. 그것도 사실은 실감이 가지 않소만 통계가 그렇게 나온다니 그러려니 생각하오. 반면에 삶의 질은 곤두박질치고 있소. 한국 사람들에 대한 세계인의 이미지도 거의 OECD 중에서 바닥권이라 하오. 우리는 지금 극성스럽게 공부하고, 극성스럽게 일을 하고 있소. 중독증 현상이 나타나고 있소. 이렇게 살면서 남는 게 무엇이오? 그렇게 해서라도 먹고 살아야 한다고 말하지는 마시오. 한눈 팔다가나는 저 나락으로 떨어진다고 겁먹지는 마시오. 다른 방식으로도 우리는 한평생을 살 수 있소. 함께 먹고 살 수 있는 길을 천천히 찾아보도록 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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