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둥이 막내딸은 지금 대학교 1학년이오. 한창 세상 물정을 배울 나이요. 가능한대로 모든 것을 자신이 선택하도록 맡겨두고 있소. 학기 중에는 격주로, 방학 중에는 매주 금요일에 집에 왔다가 주일 오후에 다시 학교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오. 언제부터인가 그 아이가 손톱을 기르고 있소. 손톱에 여러 가지 색깔을 칠하오. 매니큐어를 바르는가 보오. 학생이 손톱 치장을 뭐하러 하니, 하고 물으면 멋있잖아요, 하고 대답하오. 그게 멋있는지는 나는 잘 모르겠는데, 본인이 그렇다고 하니 그냥 내버려 두고 있소. 큰 딸은 그런 일이 없었는데, 작은 딸은 좀 멋을 내려고 애를 쓰는 것 같소.
요즘은 손톱 깎기가 아무 일도 아니지만 옛날에는 그렇지 않았소. 내가 어렸을 때 어머님이나 아버지께서, 또는 누님들이 종종 내 손톱을 깎아주셨소. 도구는 가위요. 큼지막한 가위로 어린 아이들의 손톱을 깎으려면 보통 집중력이 요구되는 일이 아니오. 초등학생이 된 다음에는 내가 스스로 깎을 때가 많았는데, 그럴 때마다 진땀이 날 정도였소. 생각해보시오. 큰 가위를 들고 자기 손톱을 깎고 있는 초등학생을 말이오. 손톱 모양도 들쑥날쑥이고, 살점을 깎을 때도 종종 있었소. 어른들이 밤에 손톱을 깎는 걸 터부시한 이유가 바로 거기에도 있소. 흐릿한 등불 아래서 잘 들지도 않는 가위로 손톱을 깎다가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거요.
당시 손톱을 깎을 때 가장 어려운 대목이 손톱 옆으로 가시처럼 삐져나온 ‘까시레기’ 처리요. 까시레기는 일본말이오, 우리말이오? 그게 가위로는 처리할 수 없소. 억지로 잘라내려고 하다가 결국 상처를 내고, 그 상처에 균이 들어가서 곪는 일이 옛날에는 흔했소. 그걸 생인손(?)을 앓는다 하오. 생인손을 앓으면 밤잠도 못잘 정도로 고통스럽소. 위생도 나쁘고 영양상태도 나빴던 그 시절에는 이런 일이 흔하게 일어났소. 톡톡 하고 간단하게 손톱을 깎을 수 있는 손톱깎이가 나온 뒤로는 이런 고통을 당하는 일은 거의 없게 되었소.
손톱이 우리가 살아가는데 얼마나 소중한지는 나보다 그대가 더 잘 알거요. 손톱을 주제로 글을 써도 아마 책 한 권은 족히 될 거요. 대다수 포유동물들은 손톱과 발톱이 무기요. 인간에게도 그런 흔적이 좀 남아 있소. 당해본 사람은 알 거요. 손톱만 봐도 그 사람의 건강을 측정할 수 있다지 않소. 금년 한 해 손톱 잘 깎으면서 건강하게 살아가시오. 손톱의 영성을 위하여! (2011년 1월12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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