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매일 묵상

목사공부(187)- 심방(3) / 정용섭 목사

새벽지기1 2025. 6. 28. 05:53

심방(3)

 

, 심방을 맞는 가정에서는 빠짐없이 먹을 것을 내놓는다. 눈치가 빠른 분들은 아주 간략하게 차와 과일 한 접시 정도만 내놓지만, 마음만 간절한 분들은 떡, 식혜 등, 작은 잔칫집처럼 내놓는다. 그걸 먹지 않고 나올 수는 없다. 실제로 배가 불편해서 덜 먹으려고 해도 억지로라도 먹이려고 하는 분들이 있다.

 

나중에 시골에서 단독 목회를 할 때의 일이다. 어느 나이든 여집사님이, 지금 돌아보면 그분이 대략 오십대 중반쯤이었으니 그렇게 나이가 든 건 아니지만 그때 삼십대 중반의 내가 볼 때는 그렇게 보였는데, 어쨌든지 심방이 끝나자 초코파이와 커피를 내오셨다. 근데 내 눈에 두세 달 지난 유통유효기간 날짜가 보였다. 이걸 어쩌나 잠간 생각하다가 맛있게 먹었다. 집에서 그런 걸 보았다면 돈을 준다 해도 먹지 않았을 턴데 말이다. 또 어떤 때는 점심으로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콩국수를 얼음까지 띄어서 내오셨다. 그날따라 콩의 고유한 비린내가 좀 심했다. 그래도 맛이 있는 것처럼 억지로 먹었다. 근데 좀더 먹으라고 하시는 게 아닌가. 그걸 사양하느라고 몇 번 옥신각신했다. 지나니 다 추억이다.

 

집집마다 내놓은 먹을거리를 먹으면서 하루 종일 열집 가량을 방문하고, 또 점심은 정식으로 먹어야 한다. 점심 담당하는 분은 일 년에 한두 번의 대심방을 맞아 작심하고 성찬으로 대접하려고 애를 쓴다. 나는 그렇게 주어지는 대로 먹다가 대심방이 끝나자 위에 탈이 났다. 당시 먹는 걸 잘 조절하지 못한 이유는 혼자 타지에서 자취생활을 하다 보니 남이 차려주는 것에 혹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