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막의 울타리 (출 27:9-19) / 김영봉 목사
해설:
다음으로 주님은 성막의 울타리에 대해 지시하신다. 울타리 장막은 가는 모시로 짜서 만들어야 한다. 울타리의 남쪽과 북쪽의 길이는 백 자(약 45미터), 동쪽과 서쪽의 길이는 그것의 절반인 오십 자(약 23미터)로 지어야 한다. 남쪽과 북쪽 장막은 스무 개의 기둥으로 세우고, 동쪽과 서쪽 장막은 열 개의 기둥으로 세운다. 장막은 다섯 자 간격으로 기둥을 세워 고정시켜야 한다. 통로는 동쪽에 만드는데, 가는 모시로 꼬아 만든 휘장을 입구에 쳐 놓아야 한다. 울타리 장막의 출입문은 성막의 출입문과 같은 방향으로 나 있게 된다.

묵상:
성막의 울타리는 일상과 성소를 구분 짓습니다. 울타리 바깥은 일상의 장소이고, 울타리 안은 성소입니다. 백성은 성막 바깥(일상)에서 생활하다가, 정기적으로 성막 울타리 안으로 들어 하나님을 뵈어야 합니다. 성막은 머물러 사는 공간이 아니라 잠시 머무르는 공간입니다. 그곳에 머무르는 이유는 일상 속에 살면서 흐려진 영혼의 눈을 씻은 후에 일상 속으로 돌아가기 위함입니다. 성소 안에서 사는 마음으로 일상을 살기 위함입니다.
엄밀하게 따지면, 성막 안이나 밖이나, 하나님의 임재는 동일합니다. 성막을 만들고 그 경계선을 울타리로 쳐서 구획 짓는 이유는 환경의 동물인 우리 인간을 위한 것입니다. 성소에 들어가 하나님의 임재에 대한 의식을 새롭게 하지 않으면, 우리는 너무도 쉽게 하나님을 망각하고 하나님 없는 세상을 살게 됩니다. 하나님은 성소 안에도, 밖에도 동일하게 계시지만, 성소를 짓고 선명하게 구획 지음으로써 우리가 하나님의 임재를 잊지 않게 하려는 것입니다.
아삽은 악한 자들이 번성하고 의로운 이들이 고난 당하는 모습을 보면서 하나님의 존재에 대해 의문을 갖습니다. 부조리한 일상의 현실을 지켜 보면서 그는 하마터면 믿음을 잃을 뻔했습니다. 그 회의와 불신의 경계선에서 그가 넘어가지 않은 것은 성소에 들어갔기 때문입니다. 그는 “그러나 마침내 하나님의 성소에 들어가서야, 악한 자들의 종말이 어떻게 되리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시 73:17)라고 고백합니다.
우리가 사는 공간 안에 성소를 마련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예배당은 일상 가운데 마련된 성소입니다. 집 안에 기도실을 마련해 두었다면, 그것도 일상 속의 성소입니다. 우리의 시간 안에도 성소를 마련해야 합니다. 매일 한 시간을 성별하여 바치는 것과 주일에 예배 드리는 것은 시간의 성소입니다. 우리의 삶은 성소를 중심으로 질서가 잡혀야 합니다. 성소가 훼파되면 우리의 일상도 훼파됩니다. 일상과 성소 사이에 분명한 구획을 그어서 그 경계가 흐려지지 않게 해야 합니다.
기도:
주님, 일상 가운데 성소를 든든히 세우겠습니다. 매일, 매 주일, 시간의 성소를 반듯하게 지키겠습니다. 성소를 찾는 저희의 마음이 기쁘게 하시고, 일상으로 향하는 저희의 발걸음이 가볍게 해주십시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