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리스도인이다! / 원용일 목사
나는 그리스도인이다!
우리는 깊은 산 속에 들어가서 수도하며 사는 사람들이 아니다. ‘세상 속의 그리스도인’이다. 특히 일하는 사람들은 일터에서 그리스도인의 정체를 드러내야 한다. 사람들이 수시로 우리에게 묻는다. “일터에서 당신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나는 그리스도인이다!”라고 대답하면서 우리의 정체를 분명히 밝힐 수 있어야 한다. 중국 티베트 지방에서 한센병 환자 사역을 하던 김요석 목사가 예전에 한국의 남부지방에서 한센병 환자들이 사는 영오마을의 교회를 섬겼을 때의 일이다. 이웃 마을에서 양 씨와 가족이 교회에 나오게 되었다. 그는 초신자이기도 했고, 불교가 지배적인 동네에서 홀로 교회에 나오며 동네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았다.
어느 날 저녁, 양 씨가 김요석 목사를 찾아왔다. 그날 오후 양 씨 집의 돼지 다섯 마리가 우리를 뛰쳐나가 소를 키우는 옆집 김 씨의 채소밭을 망쳐놨다고 했다. 손해배상을 해주겠다고 했는데 김 씨는 곧 새끼를 낳을 어미 돼지 다섯 마리를 자기에게 달라고 강짜를 부렸다고 한다. 사태를 파악한 김요석 목사는 양 씨에게 말했다. “그 옆집 사람은 형제님이 마구 흥분하고 화내기를 바랄 겁니다. 그러면 예수님을 믿는 사람이 얼마나 형편없는지 온 동네에 알릴 수 있으니까요. 그렇게 하지 못하게 하려면 그가 원하는 걸 주셔야 합니다. 큰 손해를 입게 되더라도 하나님이 더 좋은 것으로 갚아 주실 겁니다.” 곧 새끼를 낳을 돼지 다섯 마리가 돈이 얼만데 이런 말을 하는가? 여하튼 양 씨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고개를 푹 숙이고 돌아갔는데 소문을 들으니 양 씨가 돼지 다섯 마리를 전부 이웃의 김 씨에게 줬다고 했다. 동네 사람들은 이웃 간에 모질게 구는 김 씨를 비난했고, 양 씨가 혹시 미친 것 아니냐고 비웃기도 했다.
그 후 어느 가을밤, 양 씨가 또 김 목사를 찾아와서 말했다. “목사님, 전에 제가 목사님의 말씀을 따르기는 했지만 사실 속으로는 굉장히 분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옆집에서 키우는 소 일곱 마리가 우리 집 밭에서 채소를 뜯어 먹고 있는 겁니다. 돼지 다섯 마리에 소 일곱 마리라니요? 목사님 말씀대로 하나님은 정말 제가 잃은 것보다도 더 많이 갚아 주신 것 아닙니까?” 양 씨의 얼굴에는 큰 이익을 얻으리라는 기대가 넘치고 있었지만 김요석 목사는 이렇게 말했다. “사랑하는 형제님, 형제님은 예수님을 믿는 사람입니다. 악을 악으로 갚지 마십시오. 앙갚음하려는 마음을 버리고 그분에게 용서하는 마음을 보여주세요. 형제님이 하나님의 뜻에 순종할 때 하나님은 더 많은 것으로 갚아 주시는 분임을 깨달을 겁니다.” 이 이야기는 어떤 결말로 예수님의 산상수훈 말씀 “이같이 너희 빛이 사람 앞에 비치게 하여 그들로 너희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라”(마 5:16)를 실현할까? (by 원용일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