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머물 성소 (출 25:1-9) / 김영봉 목사
해설:
25장부터 31장까지는 성막에 대해 모세가 받은 하나님의 지시 사항이고, 32장부터 40장까지는 하나님의 지시대로 성막을 만드는 이야기다. 출애굽기의 절반 정도가 성막에 대한 기록이라는 사실은 그것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다. 현대 독자에게는 지루할 정도로 성막과 성물에 대한 기록이 자세하게 이어지는데, 인내심을 가지고 읽고 묵상할 필요가 있다.
주님께서는 모세에게, 성막을 지을 수 있도록 백성에게 예물을 바치게 하라고 명하신다(1절). “예물”로 번역된 히브리어는 ‘터루마’인데, 이것은 “높이 들다”라는 의미다. 받는 사람에 대한 감사와 감격을 표현하기 위해 예물을 번쩍 들어 바치는 행동을 연상시킨다. “누가 바치든지, 마음에서 우러나와 나에게 바치는 예물이면 받아라”(2절)고 덧붙인 이유다.
이 예물은 성막과 그에 속하는 부속품들을 만들기 위한 것이다. 3절부터 7절까지 나열된 물품 목록의 용도는 차후에 밝혀진다. 8절에서 주님은 예물의 용도를 밝히신다. “성소”는 히브리어 ‘미쉬칸’의 번역인데, “머무름”을 의미한다. ‘미쉬칸’은 우리 말로 “성소”, “성막”, “장막”, “회막” 등으로 번역되었다. 하나님은 성막 안에 머무르겠다고 약속하신다. 그러기 위해서는 하나님께서 지시하는 대로 성막과 기구들을 만들어야 한다(9절).
묵상:
하나님은 무소부재하신 분입니다. 바울 사도의 말대로, 그분은 “모든 것 위에 계시고 모든 것을 통하여 계시고 모든 것 안에 계시는 분”(엡 4:6)입니다. 그것을 생각하면, “내가 그들 가운데 머물 수 있도록, 그들에게 내가 머물 성소를 지으라고 하여라”(8절)는 그분의 말씀은 모순처럼 들립니다. “내가 그들 가운데 머물 수 있도록”이라는 말은 “지금은 그들 가운데 머물고 있지 않다”는 뜻으로 들리기 때문입니다.
온 세상에 충만하신 분이 “그들 가운데 머물 곳”을 마련하라고 하신 이유는, 하나님의 필요 때문이 아니라 이스라엘 백성의 필요 때문입니다. 인간은 물질 세계 안에 갇혀 있습니다. “Out of sight, out of mind”라는 속담은 우리의 물리적 속성을 잘 표현한 말입니다. 믿는 이들은 하나님이 무소부재하시다는 사실을 알지만, 그분의 영적 속성 때문에 그 사실을 너무도 쉽게 망각합니다. 그래서 물리적인 어떤 상징물을 통해 영이신 하나님이 지금 우리와 함께 하신다는 사실을 일깨워야 합니다. 그것이 성막을 지으라고 지시하신 이유입니다.
성막은 그들 가운데 거하시는 “보이지 않는 하나님”에 대한 “보이는 상징물”입니다. 성막과 성물을 귀한 재료로 만드는 이유는 하나님의 거룩하심을 기억하게 하려는 뜻입니다. 성막을 지은 후, 하나님에게 눈 뜨지 못하고 성막과 성물을 우상처럼 대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물질적인 상징물이 없으면 하나님을 망각하고, 상징물이 있으면 그것에 붙들려 하나님을 망각하는, 우리는 참 딱한 존재들입니다.
기도:
영이신 주님, 육신의 눈을 감고 마음의 눈을 떠 주님을 바라봅니다. 알고 보면,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주님의 임재를 지시하는 상징물입니다. 주님은 저희 위에 계시고 저희 가운데 계시며 저희 내면에 계십니다. 저희가 사는 것도 주님 안에서 사는 것이고, 죽는 것도 주님 안에서 죽는 것입니다. 오늘도 주님을 호흡하며 삽니다. 기도로써 이 진실에 깨어나게 하시어 오늘도 이 땅에서 천국을 걷게 해주십시오. 예수님의 이름을 기도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