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드러난 하나님 나라 (출 24장) / 김영봉 목사
해설:
처음에 하나님은 모세에게, 이스라엘 백성을 시내산으로 불러 오되 경계선은 넘지 말라고 하셨다(19:12). 이제 하나님은 "아론과 나답과 아비후와 이스라엘 장로 일흔 명과 함께"(1절) 그 경계선을 넘어 더 가까이 오라고 하신다. 나머지 백성은 경계선 바깥에 머물러 있어야 했다. 그런 다음 모세 혼자서만 하나님께 가까이 오라 하신다(2절).
모든 말씀을 듣고 나서 모세는 산 아래로 내려 와 기다리고 있던 백성에게 "주님의 말씀과 법규"(3절)를 전했고 백성은 그 말씀을 모두 지키겠다고 응답한다. 모세는 밤 늦도록 산에서 들은 하나님의 말씀을 기록하고, 다음 날 아침에 제단을 쌓고 열 두 기둥을 세운 다음 제사를 드린다(4-5절). 소를 잡아 그 피의 절반은 제단에 뿌리고 절반은 그릇에 담아 둔다(6절). 그런 다음, 밤새 기록한 "언약의 책"을 백성들에게 읽어준다(7절). 백성이 그 모든 말씀을 받들어 지키겠다고 약속하자, 모세는 그릇이 담아 놓았던 피를 백성에게 뿌리면서 "이것은 주님께서 이 모든 말씀을 따라, 당신들에게 세우신 언약의 피입니다"(8절)라고 말한다. 성경에서 피는 생명을 의미합니다. 피로 맺은 언약은 그처럼 무겁고 중하다는 뜻이다.
그런 다음, 모세는 하나님이 지시하신 대로 아론과 나답과 아비후와 이스라엘 장로 일흔 명과 함께 다시 산으로 올라간다(9절). 나답과 아비후는 아론의 두 아들이다. "거기에서, 그들이 이스라엘의 하나님을 보니"(10절)라는 말은 베드로와 야고보와 요한이 변화산에서 경험한 것과 유사한 경험을 했다는 뜻이다. 하나님께서 당신을 특별한 방식으로 계시하신 것이다. "그 발 아래에는 청옥을 깔아 놓은 것 같으며, 그 맑기가 하늘과 꼭 같았다"(10절)는 말은 감추어져 있던 하나님 나라가 그들에게 잠시 드러났다는 뜻이다. "그들이 하나님을 뵈며 먹고 마셨다"(11절)는 말은 그들이 하나님 나라에서의 삶을 잠시 경험했다는 뜻이다.
하나님께서는 모세에게 율법과 계명을 기록한 돌판을 받으러 위로 올라오라고 하신다(12절). 모세는 아론과 훌에게 지도력을 위임하고 여호수아를 데리고 올라간다(13-14절). 모세와 여호수아가 위로 올라가자 구름이 산을 덮었고 이렛날 주님께서 모세를 부르신다(15-16절). 엿새 동안 모세는 침묵 가운데서 하나님의 말씀을 기다렸다는 뜻이다. 산 아래 이스라엘 백성에게는 마치 산에서 불이 타오르는 것처럼 보였다(17절). 모세는 구름을 지나 정상에 이르러 그곳에서 40일을 머무른다(18절).
묵상:
오늘의 본문을 읽으면서 예수님의 변화산 이야기(마 17:1-8)가 생각나고, 바울 사도의 삼층천 체험(고후 12:1-4)도 생각나고, 사도 요한의 환상 이야기(계 1:10-20; 4:1-6)도 생각납니다. 이 모든 이야기의 핵심은 우리에게 감추어져 있었던 하나님 나라가 잠시 드러나 보였다는 것입니다.
하나님 나라는 저 먼 우주 공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가운데 있고 우리는 그 나라 안에 살고 있습니다. 다만, 육적인 존재인 우리에게 영적인 차원의 하나님 나라가 감추어져 있는 것처럼 보일 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하나님 나라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물질과 육신이 전부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육적인 존재로서는 하나님 나라를 더듬어 찾을 수가 없습니다. 하나님 편에서 그 나라를 우리에게 드러내 보여 주실 때에만 "잠시" 그리고 "부분적으로" 볼 수 있을 뿐입니다.
하나님은 당신의 주권에 따라 이런 방식으로 당신의 임재를 드러내 보여 주십니다. 그것은 우리가 바란다고 되는 일이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필요하다고 생각하실 때 행하십니다.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일이 아닙니다. 그런 체험을 한 사람들은 다른 사람보다 특별한 것이 있어서가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전권적으로 선택하셔서 그렇게 된 것입니다. 그 나라를 보고 듣는 특별한 은혜를 입었다면 겸손해야 하고, 그렇지 않다 해도 낙심할 일은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그렇게 하시는 이유는 하나님 나라가 느껴지지 않는 시간에도 그 나라를 인정하고 살아가라는 뜻입니다. 하나님이 없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하나님이 계시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살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도마에게 “너는 나를 보았기 때문에 믿느냐? 나를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복이 있다”(요 20:29)고 하셨습니다. 그것이 매일 우리가 힘써야 할 영적 생활의 초점입니다.
기도:
주님이 어떤 분인지 알지도 못하면서 저희는 주님을 보고 싶다고 말합니다. 언제나 주님의 다스림 아래에 살면서 주님의 나라를 보고 싶다고 말합니다. 오, 주님, 저희의 어리석음을 불쌍히 여겨주시고, 주님의 다스림을 늘 누리며 살도록 저희 마음을 청결하게 해주십시오.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