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를 굽게 하지 말라 (출 23:1-9) / 김영봉 목사
해설:
1절부터 3절까지는 제 9 계명에 대한 부칙이다. 거짓 증언은 한 사람의 명예를 더럽히는 죄인 동시에, 사회 정의를 굽게 하는 악이다(1절). 다수가 악을 행한다 해도 부화뇌동 하지 말아야 하고, 진리와 정의를 위해서라면 소수자의 편에 서야 한다(2절). 거짓 증언을 하는 이유는 주로 권력자나 부자에게 매수되거나 아부하기 위함이다. 그렇다고 해서 가난한 사람의 편을 들어 거짓 증언을 해서도 안 된다(3절). 재판은 오로지 진실에 근거해야 한다.
약자에 대한 배려는 가축에게까지 요구된다. 자기 소유의 가축이나 이웃 소유의 가축은 말할 것도 없고, 원수 지간인 이웃의 가축에게까지도 자비롭게 대해야 한다. 미워하는 사람의 가축이 길을 잃은 것을 보면 주인에게 돌려주어야 하고, 짐에 눌려 쓰러져 있으면 일으켜주어야 한다(4-5절).
6절부터 9절은 재판장들에게 주는 지침이다. 가난한 사람이라 해서 소홀히 하거나 불리하게 판결하지 말 것이며(6절), 거짓 고발을 물리치고(7절), 뇌물을 받지 말아야 한다(8절). "뇌물은 사람의 눈을 멀게 하고, 의로운 사람의 말을 왜곡시킨다"는 말씀은 기억해 둘 만하다. 재판 과정에서 외국인이라고 해서 차별을 두지 말아야 한다(9절). 그들도 역시 이집트에서 나그네였기 때문이다.
묵상: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율법은 인간의 죄성을 전제로 하여 제시한 최소한의 도덕 기준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 우리의 도덕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의 지침들을 자주 보게 됩니다. 그런 지침들은 하나님의 진심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그분의 진심은 더 높고 더 깊은 차원에 있지만 당시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최소한의 기준만을 요구하신 것입니다.
하지만 율법 규정들 가운데 하나님의 진심을 보여주는 것들도 적지 않습니다. 오늘 읽은 율법 규정들이 그 예입니다. 이 지침들은 오늘 우리 사회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높은 차원의 도덕적 수준을 요청합니다. 오늘 우리 사회에서도 권력으로 혹은 돈의 힘으로 정의를 굽게 하는 일들이 자주 일어납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불편한 진실이 된 지 오래입니다. 그런 세상에서 하나님을 믿는 사람이라면 증언대에 서서 오직 진실만을 증언하고, 재판하는 사람은 공명정대하게 신문하고 판결해야 합니다. 다수가 정의라고 부르짖는다고 해도 자신의 신념을 지켜야 합니다.
우리는 이 세상에서 모두 강자가 되려고 노력합니다. 그렇게 노력하다 보면, 강자에게 약해지고 약자에게 강해지는 비열함이 습관이 됩니다. 그것이 우리의 죄성이 이끄는 방향입니다. 하나님께서는 그 방향을 바꾸라고 하십니다. 위를 쳐다 보고 강자에게 줄을 대는 삶에서 돌이켜, 아래를 내려다 보고 약자들을 돌아 보는 삶을 살라고 하십니다. 하나님은 약자들이 부르짖는 소리에 응답하시는 분이기 때문입니다.
기도:
정의의 주님, 저희에게 주님의 정의를 가르치시고 행하게 해주십시오. 진리의 주님, 저희에게 진리를 알게 하시고 행하게 해주십시오. 위로는 오직 하나님만 보게 하시고, 아래로는 고통 중에 있는 이웃을 보게 해주십시오. 진리와 정의를 따라 소수자의 자리에 서기를 두려워하지 않게 해주십시오.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