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매일 묵상

목사공부(90)- 압도당함 / 정용섭 목사

새벽지기1 2025. 6. 1. 06:59

압도당함

 

위에서 나는 산악인과 목사의 공통점이 그 대상으로부터 압도당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압도당한다는 것은 논리와 이성과 감정을 포함하여 자신의 정체성에 관한 모든 것이 포기될 수밖에 없는 어떤 절대적인 사태를 가리킨다. 이런 경험이 없으면 단순히 직업으로서의 목사 역할은 감당할 수 있겠지만 하나님에 의해 압도당하는 경험에서만 그 역할이 가능한 목사로 살기는 힘들다.

 

현대인들은 하나님에 의해서 압도당한다는 말에 동의하지 않으려고 할 뿐만 아니라 그와 비슷한 것들을 불편하게 여긴다. 자신을 주체로 여기며 생각하고 살아가는 방식에 길들여졌기 때문이다. 자기를 확대하는 방식으로만 삶을 이해하고 경험한다는 말이다. 요즘 흔히 회자되는 단어가 다 그런 것들이다. 긍정, 확신, 적극적 사유, 출세, 스펙, 경쟁, 연봉, 대기업, 일류대학 등등, 모든 사람들이 자아를 강화하고 확대하는 것에 모든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그것이 지구의 차원에서 인간 중심의 세계관으로 자리 잡았다. 지구를 인간 중심으로 개발하는 것을 문명, 또는 발전이라고 한다. 이런 방식으로 세상을 이해하는 사람들은 신앙마저도 자기를 나타내는 수단으로 여기기 때문에 압도당한다는 것을 기분 나쁘게 여긴다.

 

하나님께 압도당하는 것을 소극적인 삶에 대한 신앙적 변명이라고 보면 곤란하다. 하나님께 압도당한 사람들은, 세속의 삶을 포기하고 수도원에 은둔하는 수도승에게서 볼 수 있듯이, 일단 겉으로 소극적으로 사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사는 사람이다. 그들은 하나님께 압도당함으로써 하나님 이외의 것에서 자유롭기 때문이다. 에베레스트 산에 압도당한 사람이 세상의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인 것처럼, 하나님께 압도당한 목사도 역시 세상의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이다. 그런 경험이 없다면 그는 아무리 신앙심이 깊고 인격적으로 고상해도 하나님을 설교할 준비가 덜 된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