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풍을 만났을 때 (출 5:22-6:13) / 김영봉 목사
해설:
히브리 작업반장들로부터의 강력한 항의에 직면한 모세는 집으로 돌아와 하나님께 호소한다(22-23절). 모세는 자신이 행동을 개시하면 즉시로 어떤 결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했다. 현실은 정반대였다. 자신이 나선 다음부터 상황은 더욱 꼬여갔다. 모세는 하나님께서 약속을 위반하고 “주님의 백성을 구하실 생각을 전혀 하지 않고” 계신 것처럼 느꼈다.
그러자 주님은 모세에게, 하나님께서 하실 일을 이제부터 보게 될 것이라고 하신다(6장 1절). 주님은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에게 약속하신 대로 그들을 가나안 땅으로 인도하실 것이라고 확인해 주신다(2-8절). 그곳은 족장들이 “한동안 나그네로 몸붙여 살던”(4절) 곳인데, 앞으로는 그들의 땅이 될 것이다. 주님께서는 “너희를 나의 백성으로 삼고, 나는 너희의 하나님이 될 것”(7절)이라고 약속하신다.
이렇게 말씀하시면서 주님은 “나는 주다”(2절, 6절, 8절)라는 말을 반복하신다. 호렙 산에서 모세에게 나타나셔서 “에흐예 아셰르 에흐예”(“나는 스스로 있는 자다” 혹은 “나는 나다”)라는 말로 자신을 계시하신, 오직 한 분이신, 전능하신 창조주 하나님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라는 뜻이다. 그런 분이 말씀하시고 약속하신 것이니 틀림 없다는 뜻이다.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용기를 얻은 모세는 이스라엘 사람들을 모아 놓고 주님의 말씀을 전한다. 하지만 그들은 이미 사기가 떨어지고 두려움에 짓눌려 그의 말을 곧이들으려 하지 않았다(9절). 이스라엘 사람들의 냉담한 반응에 모세는 또 다시 낙심했다. 그러자 주님께서는 모세에게 바로를 찾아가 백성을 내보내라고 요구하라고 하신다(10-11절). 모세는 자기 백성도 설득 못하는데 어떻게 바로를 설득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한다. 이 과정에서 그는 사람을 설득하는 구변에 있어서 자신이 무능하다는 사실을 다시금 자각한다(12절). 그러자 주님께서는 아론을 대변자로 내세우신다(13절).
묵상:
모세는 바로의 부정적인 반응에 당황했겠지만, 크게 낙심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것은 얼마든지 예상 가능했기 때문입니다. 반면, 히브리 작업반장들로부터의 부정적인 반응은 큰 실망과 상처를 안겨 주었을 것입니다. 하나님의 부름을 받고 어렵게 용기 내어 먼 길을 걸어와 위험한 일을 시작한 이유는 자신이 아니라 그들의 유익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그들이 자신의 진심을 알아주기는 커녕 비난하고 배척했기 때문입니다. 그러자 모세는 낙심천만하여 하나님 앞에 나아가 원망 섞인 말로 호소합니다.
선교사로 혹은 목회자로 부름 받은 사람들은 이런 경우를 자주 만납니다. 교회 안에서 교우들을 섬기는 직분을 맡아 행하는 사람들은 이런 상황에 준비되어 있어야 합니다. 하나님의 부름을 따라 사적인 안위와 행복을 희생하고 교인들을 위해 섬길 때, 헌신의 대상인 바로 그 사람들로부터 오해나 비난 혹은 험담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 처하면, "당신의 일을 위해 부르셨으면 끝까지 책임 지셔야지 이게 뭡니까?"라고 저항하고 싶어집니다. "왜 저를 이곳에 보내셨습니까?" 혹은 "왜 저에게 이 일을 맡기셨습니까?"라고 호소하고 싶어집니다.
믿는 사람은 모두 제사장이며 선교사입니다. 각자 자신의 삶의 현장에서 하나님의 뜻을 위해 헌신하도록 부름 받았습니다. 가정에서, 교회에서 혹은 직장에서 부름 받은 사람으로 살아가야 합니다. 나의 이익과 행복을 위해서가 아니라 하나님의 뜻을 위해 다른 사람들을 위해 헌신해야 합니다. 그러다 보면 자신이 헌신하는 대상으로부터 오해나 비난이나 험담을 듣게 됩니다. 그런 역풍을 만날 때면, 누구 말 마따나, "하나님, 믿는 거, 그만 하고 싶어요"라고 말하고 싶어집니다. “쓸 데 없는 오지랖 떨지 말고 나나 잘 하자”고 움츠러 들기 쉽습니다.
모세도 그랬다는 것이 큰 위로입니다. 하나님께서 그런 투정까지 들으시고 돌보신다는 것이 또한 큰 위로입니다.
기도:
주님, “선한 일을 하다가, 낙심하지 맙시다. 지쳐서 넘어지지 아니하면, 때가 이를 때에 거두게 될 것입니다”(갈 6:9)라는 바울 사도의 말씀을 기억합니다. 성령의 인도를 따라 더 많이, 더 낮게 섬기게 하시고, 오해나 비난이나 험담이 마음을 흔들 때, 주님께서 끝까지 인도하실 것을 믿고 섬김과 헌신의 길에서 멈추지 않게 해주십시오.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