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매일 묵상

목사공부(17) '신학이 없으면 신앙도 없다.' / 정용섭 목사

새벽지기1 2025. 5. 6. 06:28

한국교회 목회 현실에서 목사가 신학공부를 꾸준히 한다는 건 쉽지 않다. 일단 교회 구성원들이 그걸 별로 달가워하지 않는다. 그들은 담임 목사가 서재에 앉아서 공부하는 걸 쉬는 걸로 안다. 그것보다는 기도, 심방, 전도를 열심히 해서 교회 성장에 견인차 노릇 해주기를 바란다. 이렇게 된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신학은 신앙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선입견이 하나의 이유다. 더 솔직하게 말하면, 신학은 신앙에 오히려 방해가 된다는 생각이 한국교회에 팽배하다.

 

신학대학교 예배에는 설교자들이 종종 외부에서 초청된다. 그들은 대다수가 목회에 성공한 목사들이다. 예외는 있지만 그들 대부분은 자신들의 경험담을 설파하면서 신학생들에게 신학 무용론을 직간접적으로 설파한다. 목회 현장에 신학이 필요 없다는 논리다. 신학생들의 롤 모델이라 할 수 있는 중대형 교회 목사들의 이런 주장들이 신학생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불을 보듯 분명하다.

 

신학공부가 신앙성장에 별로 도움이 안 된다거나, 더 나가서 방해가 된다는 주장은 기독교의 역사를 전혀 모르고 하는 말이다. 기독교에 관계된 모든 것은 신학을 그 바탕으로 한다. 성경만 해도 그렇다. 성경을 기록한 사람은 모두가 다 신학자다. 신학적인 능력이 없으면 하나님의 말씀을 경험할 수도 없고, 그것을 언어화, 또는 문자화할 수 없다. 사도신경도 신학자들에 의해서 문서화되었다. 신약공동체에서 만들어진 문서들 중에서 27권을 묶어 정경으로 결정한 사람들도 신학자들이다. 기독교 교리도 역시 신학자들에 의해서 만들어졌다. 신학적으로 사유할 줄 모르는 사람은 기독교의 깊이로 들어갈 수 없다. 좀 과하게 말해서, 신학이 없으면 신앙도 없다.

 

한국교회에 신학무용론이 팽배하다는 말은 곧 목사들이 기독교를 모른 채 복음을 전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일반 신자들은 그 사태를 눈치 채지 못하고 있다. 목사들이 늘 성경 이야기를 하고, 신앙적인 용어를 잘 구사하고, 간혹 신학적인 개념을 말할 줄 아니까 기독교를 잘 알고 있는 것으로 여긴다. 그건 착각이다. 잘 아는 목사는 드물다. 대부분은 대충 안다. 평신도들보다 더 모르는 목사들도, 또는 아예 잘못 알고 있는 목사들도 없지 않다. 마 15:14절을 기억해두는 게 좋다. “그냥 두라. 그들은 맹인이 되어 맹인을 인도하는 자로다. 만일 맹인이 맹인을 인도하면 둘이 다 구덩이에 빠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