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공부(8) '일상이 곧 하나님의 소명이다.' / 정용섭 목사
소명은 목사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의 삶과 관련된다. 그걸 평생 인식하고 사는 사람이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이 있다. 거칠게 표현하면, 전자에 속한 사람은 영적으로 깨어 있는 사람이고, 후자는 잠들어 있는 사람이다.
마틴 루터는 기독교인의 소명 개념을 정확하게 가르쳤다. 그는 직업을 가리키는 독일어 베루프(Beruf)가 ‘소환하다’는 뜻의 동사 베루펜(berufen)에서 온 것이라는 사실에 근거해서 모든 직업을 하나님으로부터의 부름이라고 말했다. 그 이전까지는 성직만 소명으로 받아들여졌다. 성직은 거룩하고 일반 직업은 세속적이라고 말이다. 루터 이후로 기독교인들은 모든 직업을 똑같이 소명이라고 여길 수 있게 되었다. 구두수선공이나 주교나 똑같이 소명을 받은 사람들일 뿐이다. 그 이상도 아니고 그 이하도 아니다. 직업에 대한 성속이원론으로부터의 해방이다.
루터의 소명론은 기본적으로 만인사제직과 연결된다. 당시 로마가톨릭은 사제만 미사를 집전할 수 있었다. 사제가 하나님과 평신도 사이를 중재한다는 뜻이다. 이런 관점은 오늘의 가톨릭교회에도 여전하다. 루터는 사제와 평신도의 질적인 구별을 거부했다. 모든 신자들은 하나님께 직접 기도드릴 수 있으며, 직접 용서를 받을 수 있다. 당연히 직접 예배를 드릴 수 있다. 이런 생각이 지금 우리에게는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거로 받아들여지지만 당시로서는 혁명적인 발상이었다.
이런 신학적 통찰에 따르면 소명은 우리의 일상 영역 전체에 해당된다. 일상이 곧 하나님의 소명이다. 일상은 삶의 자리다. 아니, 삶 자체다. 하나님은 우리를 삶(생명)으로 부르셨다. 일상에서 소명을 경험하는 사람이 바로 하나님의 사람이다. 목사도 여기서 예외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