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사귐의 소리

“나는 나다”라고 하시는 분 (출 3:13-15) / 김영봉 목사

새벽지기1 2025. 5. 4. 06:06

해설:

“제가 누구이기에?”라면서 주저하자 하나님은 모세에게, “내가 너와 함께 하겠다”고 답하셨다. 그러자 이번에는 “그럼, 당신은 누구십니까?”라고 묻는다. 

 

당시 모세도, 히브리 사람들도, 그들이 믿고 있는 “아브라함의 하나님, 이삭의 하나님, 야곱의 하나님”은 세상의 여러 신들 중 하나라고 믿었다. 그들이 사백 년 동안 몸붙여 살았던 이집트는 다신교 국가였으니,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따라서 모세가 그들을 찾아가 “너희 조상의 하나님께서 나를 보내셨다”(13절)고 말하면, 그들은 “그의 이름이 무엇이냐?”고 물을 것이 분명했다. 모세가 하나님께, 그 질문에 대해 무엇이라고 대답하면 되겠느냐고 여쭌다. 

 

그 질문에 하나님은 "나는 곧 나다"(14절)라고 답하신다. 이것은 “에흐예 아셰르 에흐예”라는 히브리어 표현에 대한 번역이다. 개역개정에는 "나는 스스로 있는 자니라"고 번역했다. 영어 성경들은 I AM WHO I AM 혹은 I WILL BE WHO I WILL BE로 번역한다. 다양한 번역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이 표현의 의미는 신비에 싸여 있다. 이 문구에 대해 수 많은 연구 논문이 축적되었지만, 여전히 알듯 말듯한 상태다.  

 

이 문구는 하나님의 이름이라기보다 하나님이 어떤 분인지에 대한 계시다. 이름을 알려 달라는 모세의 요청에 대해 하나님은, "나는 이름을 지어 규정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라고 답하셨다고 볼 수 있다. 이름 지어 규정할 수 있다면 그 신은 우상이다. 아브라함을 부르시고 모세를 부르신 하나님은 창조주로서 인간의 이해와 서술과 규정과 정의를 넘어 서시는 분이다. 참된 신이라면 당연히 인간의 이해를 넘어서는 분이어야 한다. 

 

이스라엘 사람들이 YHWH를 하나님을 가리키는 기호로 사용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들은 “너희는 주 너희 하나님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못한다”(출 20:7)는 계명을 지키기 위해 YHWH라고 쓰고 “아도나이”(“주님”이라는 의미의 히브리어)로 읽었다. YHWH에 “아도나이”의 모음을 합하면 “여호와”(15절, YeHoWa)가 된다. 현대 학자들은 YHWH를 “야훼”로 읽어야 한다는 의견에 일치하고 있다. 

 

이어서 하나님은 모세에게, "여호와, 너희 조상의 하나님, 곧 아브라함의 하나님, 이삭의 하나님, 야곱의 하나님이 나를 너희에게 보내셨다"(15절)고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전하라고 하신다. 

 

묵상:

"에흐예 아셰르 에흐예." 하나님의 이름이 무엇이냐고 여쭈었을 때 모세가 들은 답입니다. 앞에서 본 대로, 이것은 하나님의 이름을 밝힌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이름 짓지 말라는 뜻입니다. 그분은 인간이 해명하고 규정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닙니다. 또한 하나님을 대할 때 그분에게 덧씌워진 어떤 틀로 대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이름 지을 수 있는 존재라면 신이라 할 수 없습니다. 살아 계신 하나님이라면 우리는 그분 앞에 벌거벗고 서서 그분이 드러내 주시는 대로 만나야 합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모세에게 신발을 벗으라고 명령하셨습니다. 자신의 존재를 가리고 있는 모든 것을 벗어 놓고 있는 그대로 하나님 앞에 서라는 뜻입니다.

 

이것은 구약성경에 들어있는 계시 중 최고의 계시입니다. 어떤 종교적 천재도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없습니다. 살아계신 하나님께서 역사의 한 지점에서 한 인물에게 당신이 어떤 존재이며 당신을 어떻게 만나야 하는지를 계시하신 것입니다. 이 계시를 통해 우리는 아브라함을 불러 내셨고 모세를 불러내신 그 하나님은 우상이 아니라 살아계신 하나님이라는 사실을 확인합니다. 그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셨고, 그 하나님이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우리에게 오셨고, 그 하나님이 죽은 자들 가운데서 예수님을 일으키셨습니다. 그리고 그 하나님이 마침내 새 하늘과 새 땅을 이루실 것입니다. 그것이 우리가 믿는 하나님이십니다. 

 

그 하나님 앞에 오늘도 우리도 신발을 벗어 놓고 서서 고개를 숙입니다. "나는 나다!"라고 하시는 분 앞에 서서 "제가 여기에 있습니다"라고 고백합니다. 

 

기도:

“나는 나다!”라고 하시는 주님, 저희가 여기에 있습니다. 전지전능하시고 무소부재하신 하나님, 주님은 전부이시고 저희는 전무입니다. 아무것도 아니면서 무엇이나 된 것처럼 떠드는 저희의 입술을 봉해 주시고, 주님 앞에 겸손히 서게 해주십시오. 그리하여 주님이 저희 삶의 주인이 되어 주십시오.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