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완전한 자유 (히 13:1-9) / 김영봉 목사
해설: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로 인해 “흔들리지 않는 나라”(12:28)의 시민이 되었다면, 하나님을 경외하며, 삶으로 그분을 기쁘시게 해 드려야 한다. 저자는 하나님을 기쁘게 해 드리는 삶에 대해 구체적으로 몇 가지를 명령한다.
첫째, 저자는 “서로 사랑하기를 계속하십시오”(1절)라고 말한다. 직역하면 “형제 사랑에 머물러 사십시오”라고 할 수 있다. 이 명령은 “나그네 대접하기를 소홀히 하지 마십시오”(2절)라는 둘째 명령에서 더 구체화 된다. 사랑은 나 아닌 다른 사람에게 행하는 구체적인 행동이어야 한다. “나그네를 대접하다가, 자기들도 모르는 사이에 천사들을 대접하였습니다”는 아브라함의 이야기(창 18:1-8; 19:1-3)를 염두에 둔 표현이다.
셋째, “감옥에 갇혀 있는 사람들” 즉 “학대받는 사람들”(3절)의 고난에 참여하라고 말한다. 이 사람들은 믿음 때문에 감옥에 갇혀 학대 받고 있다. 저자는 독자들에게, 그들도 감옥에 갇혀 있는 것처럼 여기라고 권고한다. 그들이 겪고 있는 고난은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그들 모두의 공통적인 문제라는 사실을 기억하라는 뜻이다.
넷째, 부부 사이에 맺은 언약을 지키고 성적인 타락에 빠지지 말라고 명령한다(4절). “귀하게 여기다”라는 말은 고가의 보석에 대해 사용되는 표현이다. 결혼 언약을 귀중하게 여기는 증거는 성적 순결을 지키는 것이다. “잠자리를 더럽히지 말아야 합니다”라는 말은 외도를 가리킨다. 결혼 언약 안에서의 성적 관계는 거룩한 선물이 되지만, 결혼 언약을 범하는 “간음”은 죄악이다. “음행”은 사랑의 표현으로서의 성행위가 아니라 쾌락을 위한 변태적 성행위를 가리킨다. 이것은 하나님의 거룩한 선물을 오용한 행위로서 심판의 대상이다.
다섯째, 돈에 대한 태도에 대해 언급한다(5-6절). “돈을 사랑함”(5절)은 돈 버는 일이 생의 최우선의 목적이 되거나 돈 쓰는 것이 생에 가장 큰 즐거움이 되는 것을 가리킨다. 그것은 “흔들리지 않는 나라”에 속한 사람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 여기서 저자는 신명기 31장 6절과 시편 118편 6절을 인용한다. 주님을 참되게 믿는 사람이라면 돈이 아니라 하나님에게서 안전 보장을 찾는다. 그렇기 때문에 돈에 대해서 자유할 수 있고 자족할 수 있다.
여섯째, 저자는 “여러분의 지도자들을 기억하십시오”(7절)라고 권면한다. “그들이 어떻게 살고 죽었는지를 살펴보고”라는 표현을 감안해 보면, “여러분의 지도자들”은 독자들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가르치다가 세상을 떠난 사람들을 가리킨다. 그들을 “기억”하는 것은 그들이 전해 준 가르침을 기억하고 붙드는 것을 의미한다. 예수님은 변함 없는 분이기 때문에 가르침도 변할 수 없다(8절). “이상한 교훈”(9절)을 가르치는 사람들에게 끌려다니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묵상:
때로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 돌아온 사람이 과거와는 전혀 다른 삶을 사는 것을 봅니다. 임사 체험을 통해 죽음 너머의 세계를 보고 와서 완전히 새로운 삶을 사는 사람도 있습니다. 절대적이고 영원한 세계를 보고 나면, 상대적이고 한시적인 이 세상이 상대화 되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하나님과의 관계가 새로워지면 우리 삶의 모든 면도 새로워지는 것이 당연한 이치입니다. 하나님 안에서 절대적이고 영원한 것을 보았으면, 이 세상의 것들은 상대화 되기 때문입니다. 하나님 안에서 영원한 약속을 받았다면, 현세적인 것들에 대한 집착에서 해방되기 때문입니다. 흔들리지 않는 나라에 속하게 되었다면, 흔들리는 것들에 대해서는 자족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말하는 것은 추상적일 수 있습니다. 듣기로는 그럴 듯한데, 구체적으로 실천하려면 모호해집니다. 그래서 히브리서 저자는 몇 가지 영역을 예로 들어 구체적으로 권면합니다. 낯선 사람들을 환대하는 것, 다른 사람의 고난에 동참하는 것, 결혼 언약을 거룩하게 지켜 배우자에 대해 순결을 지키는 것, 하나님이 선물로 주신 성을 거룩하게 사용하는 것, 하나님 안에서 안전 보장을 얻고 돈에 대해 자유로워지는 것, 물질적으로 자족하는 것, 진실하게 헌신한 지도자들의 가르침을 마음에 새기는 것이 그 예입니다.
이것은 무한히 확장할 수 있습니다. 흔들리지 않는 나라에 속해 있는 우리는 흔들리는 나라에서 차별성을 드러내며 살아갑니다. 무엇인가를 선택하고 결정할 때마다 자신이 누구인가를 기억하며 그 신분에 걸맞게 행동합니다. 그것은 억지로 혹은 의무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영원한 나라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만 하는 일입니다.
기도:
주님, 저희에게는 아직도 흔들리지 않는 나라에 대한 확신이 부족합니다. 그렇기에 물질에 대한 집착은 여전하고, 쾌락에 대한 유혹도 늘 기회를 찾습니다. 저희의 마음은 여전히 이기적이고, 손은 안으로만 굽습니다. 주님께서 자유하게 하셨으나 아직 구속되어 있고, 의롭게 하셨으나 아직 부정합니다. 그래서 더욱 구합니다. 저희에게 성령의 은사를 더 많이 부어 주십시오. 저희의 자유와 거룩이 더 커지게 해주십시오. 주님의 이름을 구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