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의의 위험 (시편 4편) / 김영봉 목사
해설:
이 시편도 “다윗의 노래”로 알려져 있다. 다윗은 지금 “곤궁”에 빠져 있고 “막다른 길목”에 몰려 있다(1절). “높은 자들”(2절)이 하나님에게 등 지고 거짓으로 헛된 일을 꾸며 사회를 어지럽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높은 자들”은 “인생들”(개역개정)에 대한 의역이다. 시편에서 “인생들”은 상류층 귀족들을 가리키는 표현으로 사용되었다(49:2; 62:9). 다윗의 통치권이 아직 약할 때 귀족들이 그의 정책을 반대하고 방해햐는 상황에서 드린 기도였을 것이다.
다윗은 “주님께서는 주님께 헌신하는 사람을 각별히 돌보심을 기억하여라”(3절)고 말한다. “주님께 헌신하는 사람”은 자기 자신에 대한 우회적 표현이다. 자신을 방해하는 것이 하나님의 뜻을 방해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는 경고다. 또한 분노의 감정이 죄악을 행하는 데까지 이르지 않게 하라고 권고한다. 다른 사람에게 분노할 에너지가 있다면 자기 자신에 대한 반성에 쏟으라는 뜻이다(4절). 그렇게 하면 “올바른 제사”(개역개정 “의의 제사”)를 드릴 수 있고 주님께 대한 진실한 믿음을 얻을 수 있다(5절).
그들은 “누가 우리에게 좋은 일을 보여줄 수 있을까?” 하며 불평한다(6절). 다윗은 그들을 생각하며 하나님께 구원을 호소한다. 다윗은 이미 주님께서 안겨주신 기쁨을 누리고 있다. 주님께서 주시는 기쁨은 물질적인 풍요로 인해 누리는 것과는 비교할 수가 없다(7절). 그로 인해 그는 역경 속에서도 평안을 누리며 살고 있다(8절). 그 믿음으로 그는 주님께서 자신이 도모하는 일을 이루어 주시기를 기도한다.
묵상:
“인간은 자신이 의롭다고 생각할 때 가장 잔인해질 수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을 신앙적인 차원에 적용하면, “인간은 자신이 하나님 편에 있다고 생각할 때 가장 잔인해질 수 있다”는 말이 됩니다. 그것을 ‘자기의’ 혹은 ‘자의식’(self-righteousness)라고 부릅니다.
하나님 앞에 신실하게 살면서 의롭게 살기 위해 힘쓰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자신이 하나님의 뜻을 독점하고 있는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거대한 착각입니다. 그 착각은 거대한 악을 만들어 냅니다. 자신과 의견이 다른 사람을 악마화 하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을 악마로 만들면 그 어떤 악행도 정당하게 보입니다.
지금 다윗은 귀족들의 거센 저항에 직면해 있습니다.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힘으로 나라를 바로 세우기 위해 전심전력 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뜻을 따라 이스라엘을 거룩한 나라로 만들기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그런데 귀족들이 협조하지 않습니다. 자신들의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으려고 하는 일마다 방해합니다. 그로 인해 다윗은 “곤궁”에 빠진 것 같고 “막다른 길목”에 몰린 것 같은 상황에 처했습니다. 인간적인 감정으로 하자면 군사들을 동원하여 반대하는 자들을 싹 쓸어 버리고 싶습니다.
하지만 다윗은 하나님 앞에 나아가 부르짖는 선택을 합니다. 그는 귀족들에게 “너희는 분노하여도 죄짓지 말아라. 잠리리에 누워 마음 깊이 반성하면서, 눈물을 흘려라”(4절)고 했는데, 그 말은 자기 자신에게도 들려 준 말이었을 것입니다. 그 자신도 분노의 감정을 다독이면서 자신을 돌아 보고 회개의 눈물을 흘렸을 것입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모든 것을 바로잡아 주실 것을 믿고 평안을 얻습니다. 그로 인해 그는 ‘자기의’에 포로가 되는 잘못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
의롭고 거룩하게 살려는 우리의 노력에는 언제나 ‘자기의’의 함정이 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자기의의 함정에 빠지는 것처럼 위험하고 해로운 것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