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박영돈목사

3개월 안식월을 가지면서 / 박영돈 목사

새벽지기1 2016. 6. 11. 07:34


3개월 안식월을 가지면서...


올해 8월 3일부터 3개월간 안식월을 갖게 되었다. 지금 시무하는 교회에 부임한지 아직 5년이 채 안 되었으니 안식월을 가지긴 많이 이른 시점이다. 내가 목회 사역을 시작한 지 26년만에 처음 가져보는 안식월이고, 지금 시무하는 이 교회는 64년 역사에서 목회자의 안식월이란 걸 한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목회자의 탈진’이란 것이 다른 목회자들만의 특수한 얘기인줄 알았다. 그런데 2년 반 전부터 나에게도 탈진 증상이 시작되었었다. 압박감,무력감,좌절감,두려움,막연한 슬픔과 낙심 등. 처음엔 그냥 남자에게도 갱년기 증상이 있다 하니까 그런 줄로 생각했었다. 하지만 시일이 지나면서 갱년기 증상과 다른, 목회자들에게 나타날 수 있는 탈진 증상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탈진 진단 질문지로 평가해보니 거의 70%가 해당되는 걸로 나왔다. 물론 설교조차도 못할 정도의 아주 심한 탈진에 비하면 그리 강도가 높진 않지만, 그래서 주위 사람들 누구도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밖으로 표출되지는 않았지만, 내 내부적으로는 탈진의 여러 가지 증상들은 골고루 품고 있는 것 같았다.


탈진에는 잠시 일하는 현장을 떠나 쉬는 것 외엔 치료책이 없다는 사실은 분명하지만, 아직 안식월을 시도할 만한 시기도 안 되었고, 교회 형편도 어렵고, 한번도 해 보지 않은 것이라 교회적인 인식 공유도 안 되어 있는 등,여러가지 난제들이 있어서 오랫동안 고민했었다. 작년 말부터는 심각하게 교회에 얘기할 것인가를 고민하며 기도해왔고, 결국 올해 5월에 당회에서 얘기를 꺼내면서 이제 8월부터 3개월의 쉼을 갖게 되었다.


냉정하게 생각하면,작년 말 정도에 쉬어주었으면 훨씬 더 나았겠다는 생각은 들지만, 쉬이 말을 꺼내기가 어려운 일이었기에, 몇달을 고민하며 기도만 했었는데, 조금은 늦은 감은 있지만 이제라도 3개월만이라도 쉼을 갖게 된 것에 대해서 하나님께도 감사하고, 힘든 결정을 내려준 교회에도 감사하다.


앞으로 3개월간 교회 현장을 떠나, 맡은 일을 잠시 멈추고, 사역에 브레이크를 걸어서, 휴식을 갖고, 재충전을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엘리야가 로뎀 나무 아래에서 안식을 갖고 나서 다시금 사역의 힘찬 출발을 했듯이, 나에게도 3개월의 시간이 로뎀 나무 그늘과 같은 회복의 시간이 되길 기도한다. 그래서 다시 마음을 추스르고, 정신을 일깨워서, 하나님이 나에게 맡기신 사명의 고지를 향해 새롭게 달려나가기를 소망한다.


-박영돈 목사-